◎동·서양 대제국의 조우『대진(로마제국)의 황제인 안돈(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이 천자에게 사신을 보냈고 그들은 긴 항해 끝에 베트남을 경유해 도착했다. 그들은 상아, 물소뿔, 자라등딱지를 바쳤다. 이리하여 그 나라와 직접교역이 시작됐다』
「후한서」는 166년 중국(한나라)과 로마의 첫 만남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고대 동서양의 교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르고 깊었다.
고대로마사 전문가인 파리자유대 장노엘 로베르(46) 교수가 쓴 「로마에서 중국까지」는 이러한 교류의 파노라마를 각종 사료를 통한 학문적 고증으로 채색한다. 여기에 필자의 아시아 현지답사 체험과 상상력이 어우러져 일반여행기와는 달리 생동감이 넘친다.
예를 들어 후한서의 기록에 대해 필자는 색다른 가설을 제시한다. 『대진이 보낸 사절은 사절을 사칭한 상인들이었음에 틀림없다. 이 상인들은 정말 로마에서 출발했을까? 오히려 로마제국의 중동지역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사업수완뿐 아니라 항해에도 능숙한, 불굴의 정신을 가진 대담한 선원들을 배출할 여건이 조성돼 있었다』(18쪽).
지은이의 관심은 로마, 파르티아(이란일대), 쿠샨(인도 북서부), 중국등 4대 제국이 세계를 나누어 호령하던 2세기 전후에 쏠려 있다. 그는 특히 로마가 세계의 지배자라는 로마인들의 의식이 꿈에 불과하며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이 아니라 동방과의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방향, 곧 오리엔트로 집중돼 있었다』고 풀이한다. 연세대 불문과 강사 조성애씨 옮김.
이산 발행/1만2,000원.<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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