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관 선거’ 통해 30분만에 7선 통과/족벌체제·IMF와 갈등 앞길 험난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체육관 선거」를 통해 7선에 성공했다. 총회에 참석한 923명의 국민협의회(MPR)위원들이 「세투주(동의)!」라는 연호로 연임 동의를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30분. 이로써 오는 6월로 77세가 되는 수하르토는 32년간의 기존 통치에 더해 2003년까지 5년간 추가 집권하게 됐다. 그러나 사실상 종신집권을 향한 수하르토의 앞길은 험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경제위기,수하르토에 대한 염증으로 모아지고 있는 최근의 사회불만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할 경우 「수하르토왕국」은 언제라도 파국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하르토의 위기는 최근 인도네시아에 대한 국제적 지원창구인 국제통화기금(IMF)과의 마찰로 심화하고 있다. IMF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대한 430억달러의 구제금융 조건으로 금융 및 사실상의 족벌기업 개혁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수하르토가 통화이사회제를 통한 고정환율제 도입 입장을 고수하는 등 「IMF 플러스안」을 내세우며 「딴전」을 부리자 IMF측은 예정된 금융지원을 유보한다며 맞서고 있다.
수하르토의 IMF개혁 거부논리는 『IMF 요구가 「국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자원은 국가가 관리한다」는 헌법규정에 배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에너지 금융 제조업 등 전 산업부문에 걸친 자신의 족벌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하르토는 최근 물가폭등으로 시민저항이 거세지고 반수하르토 목소리가 높아지자 9일 자신을 중심으로 비상대권체제를 정비했다. 아울러 11일 부통령에 당선될 측근 하비비에게 재정·정치·안보 등의 주요 업무를 사실상 이관함으로써 후계체제로의 「연착륙」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에 의한 개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부분의 지적이다. 한 현지 전문가는 『수하르토가 충분한 개혁을 이행하기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개혁은 곧 자신의 권력기반 전체를 해체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수하르토의 7선은 오히려 더 큰 위기를 재촉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장인철 기자>장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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