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정부·기업 위기의식 실종/또다른 파국 막게 강력한 개혁을『한국의 3월은 불안하다. 투자를 보류하라』 『정치적 교착상태에 빠진 한국의 개혁이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힘을 합하지 못하는 한국의 지도자들은 비싼 경제적 고통을 치를 것이다』
최근 외신에 나타난 한국에 대한 시각들이 다시 싸늘해지고 있다. 주요 외신마다 「한국의 개혁이 실종됐으며 이에 따른 국제적 신뢰도 하락이 심각할 것」을 경고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조정할 계획임을 분명히 하고 있고 미국 월가의 펀드매니저들은 한국을 관망하는 자세로 바꿨다.
IMF 관리체제가 시작된 지난해말 이후 뜨겁던 외국인들의 투자열기는 싸늘하게 식었고 한국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이는 노골화 하고있는 개혁의 실종, 사라진 위기의식 때문이다. 여기에는 정치권이나 정부 기업 개인 모두 예외가 없다.
관계자들은 가장 큰 원인을 정치권에서 찾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고위관계자는 『정치권은 한국이 IMF 관리체제라는 비상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같다』고 말했다. 나라가 망하는지도 모르고 당쟁에만 매달려 있던 과거 조상들과 비교하는 시각조차 있다. 그는 『경제파탄의 책임을 져야 할 거대야당이 책임의식을 보여야 한다』며 『새정권과의 최소한의 여야 밀월은 어느 나라에서나 관행인데 이를 파기한 것이 외국인들에겐 이상하게 비치고 있다』고 꼬집는다.
정부관리들도 보름이 다되도록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어느 부처 할 것없이 장·차관을 빼곤 모두가 자리가 없어 이리저리 떠도는 무보직 공무원들 뿐이다. 각료인선이 늦어진데다 후속인사가 매듭되지 않은 때문으로 산적한 IMF 해결방안 처리는 뒷전이다. 개혁과제들은 첩첩산중인데 공무원들이 자리나마 잡으려면 앞으로 적어도 1개월은 지나야 할 것 같다.
이 때문에 대외적으로 약속한 각종 개혁은 구호로만 머물러 있다. 외국인들에게 가장 부정적으로 보이고 있는 개혁은 금융부문이다. 부실금융기관의 처리가 지지부진한채 뚜렷한 해결기미도 보이지 않고 부실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은행장들은 대부분 재선임 됐다. 지난 3개월여동안 무엇을 개혁했고 어디를 고치겠다는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다.
노사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노사관계의 변화는 없다. 삼성중공업이 일부 사업을 외국에 팔려고 했다가 근로자들의 반발을 산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구조개혁 역시 아무런 진전이 없다. 부실기업처리는 한발짝도 진전없이 제자리에 있으며 재벌개혁은 흐물흐물해지는 양상이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전에 그런대로 이어지던 개혁정책들이 취임이후 오히려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 관계자들은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추진할 수 있도록 새정부의 정치력과 행정력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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