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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주부의 자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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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주부의 자살(사설)

입력
1998.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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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으로 중소기업 사장의 자살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주부들까지 잇따라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서울에서 9일 사업에 실패한 가장의 부인 김모(43)씨가 극약을 마시고 숨졌고, 10일에는 실직한 남편이 친구집에서 쌀을 구해 돌아오니 아내 최모(36)씨가 잠든 아들(12) 옆에서 숨져 있었다. 도탄의 고통이 서민 가정의 단란함을 파괴하기에 이른 것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그 주부들의 생활고와 번민이 오죽했으랴.그러나 너나 할 것 없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 우리는 그들의 심리적 나약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사람이 그렇긴 하지만, 특히 가족들을 생각할 때 가장과 주부는 자신의 생명을 함부로 버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또 자살로 사태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심리학자들은 사회가 점차 개인주의화 하면서 우울증 환자는 늘고 생명에 대한 외경심은 줄고 있다고 진단한다. 또 여성은 남성에 비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필요한 것은 현실도피가 아니라 서로에게 희망을 주고 격려하는 가족들의 사랑이다.

이웃의 메마른 인정도 원망스럽다. 남편의 사업실패 후 빚에 쪼들려 온 김씨는 「보험금을 타면 빚을 갚아 달라」는 유서를 남겼고, 최씨는 파출부로 일하면서 힘겹게 가족을 부양해 왔다고 한다. 우리에겐 지금 보다 더 궁핍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인정을 거름삼아 사회를 성장시켜 왔다. 경제가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는 배려와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는 민생의 어려움을 좀더 자상하게 살피고 실업자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9일 추경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 전이라도 각종 실업대책을 예정했던 시기보다 앞당겨 조기집행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또한 정부는 국민이 노력하기에 따라 지금의 경제난이 몇년 후면 극복될 수 있다는 확고한 희망과 신념을 심어 주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미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강인한 마음가짐으로 이 어렵고 힘든 고비를 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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