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현안·위기 대처 정책 신속 협의·조율 기능/중장기 대응체제엔 미흡/‘경제자문회의’도 설치를”정부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고 재정경제부장관등 10명이 위원으로 참석하는 경제대책조정회의를 구성하고 11일 그 첫회의를 갖는다. 이 회의의 발족은 중요한 경제정책을 핵심인사들간의 토론을 거쳐 결정하고 대통령이 팀장으로서 경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정부조직개편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어려운 시기에 경제정책을 누가 주도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과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현체제로는 경제정책 조정기능은 재정경제부장관이 주재하는 경제장관회의와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이 주재하는 차관회의로 분산되어 있었다. 또한 예산을 통한 기획조정은 기획예산위원회가 담당하며 대외경제문제는 국무조정실 소속의 대외경제조정위원회가 담당하게 되어있다.
이처럼 여러기구에 경제정책기능이 분산됨에 따라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대통령이 경제문제를 신속하게 협의·조정·통제할 수 있는 통로가 불분명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향후 우리 경제는 자본시장 대외개방의 확대와 함께 외부적 충격에 더 많이 노출될 전망이어서 위기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의 구축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이 조정회의는 미국 대통령실의 국가경제위원회(NEC) 체제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클린턴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상응하는 안보차원에서 경제문제를 다루기 위한 기구로 93년 취임과 함께 국가경제위원회를 설치했다. 미국의 경제정책기능은 재무성 경제자문위원회(CEA) 관리예산처(OMB)에 의해 주도되어 왔으며, 그 외에도 상무성 노동성 무역대표부등 여러 부처가 관여해 왔다. 이러한 관련기관들은 때로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현안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의 구축이 필수적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국가경제위원회는 바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정회의의 설립을 리더십의 시각에서 평가한다면 대통령이 위기의 시대를 맞이해서 국정 최고사령탑으로서 중요한 일들을 직접 챙기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위기의 시대 대영제국을 온몸을 던져 이끌었던 처칠수상은 이렇게 말했다.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성이다. 지위는 다만 2차적인 중요성을 가질 뿐이다』 스스로를 「꼬챙이(Prod)」로 불렀던 처칠은 중요한 일들을 하나하나 직접 챙겨가면서 풍전등화와 같았던 조국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미국 트루먼 대통령도 지도자의 책임성을 강조해마지 않았다. 그는 책상머리에 항상 그 유명한 「마지막 책임은 나에게 있다(The Buck Stops Here)」라는 문구를 써붙여 놓았다.
그러나 이번의 조정회의 설립에 보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사항이 있다. 현재의 정책결정체제에서는 중장기적 경제문제를 분석하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기능도 매우 미약한 실정이다. 최근의 외환 금융위기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 초래할 위험을 사전에 예견하고 대응하지 못한 결과 발생한 것이다.
오래전부터 연구기관 학계등 여러 곳에서 위기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왔으나 이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지 못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중장기적인 경제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헌법 93조에 이미 규정된 「국민경제자문회의」를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다시 말해 경제대책조정회의는 단기적인 경제현안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정책조율과 정책집행에 초점을 맞추고 국민경제자문회의는 중장기적 문제분석과 방향제시에 초점을 두는 2원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민간 경제전문가를 상임위원으로 참여시킴으로써 대통령에게 폭넓은 자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정부를 만들자면서 왜 자꾸 기구를 신설하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경제위기에 대한 정책대응의 미비로 오늘 참으로 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단기적인 대응체제와 아울러 멀리서 몰려오는 격랑을 예견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중장기적인 대응체제가 갖추어지고 그 기구들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때 우리는 오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고 지금의 실패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게 될 것이다.<한국재정학회장>한국재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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