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사 소환… 인니에 ‘압박카드’/수하르토 “구제금융조건 헌법과 배치” 반발/미국 등 강경대응… IMF 30억불 지원 연기경제구조 개혁을 둘러싼 인도네시아와 국제통화기금(IMF)의 대립이 깊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IMF와의 개혁약속을 어기고 독자노선을 고집하자 IMF는 돈줄을 틀어쥐며 개혁 이행을 종용하고 있다. 미 백악관도 8일 스테이플턴 로이 인도네시아 주재 대사를 워싱턴으로 소환했다고 발표,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였다.
IMF는 6일 성명을 통해 15일로 예정됐던 인도네시아 경제개혁 계획에 대한 검토작업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IMF는 『인도네시아가 IMF 개혁권고안을 이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연기 이유를 밝혔다. 이번 검토작업은 총 430억달러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구제금융 중 2차분 30억달러의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2차분 지원금 지급은 다음달 이후로 자동 연기되고 인도네시아의 금융사정 악화도 불가피하게 됐다.
IMF의 이번 조치는 인도네시아가 반대를 무릅쓰고 고정환율제 도입을 위한 통화이사회 제도를 고집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IMF의 입장은 한마디로 「말 안들으면 돈(지원)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도 전혀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8일 『IMF가 요구하는 자유경제는 가족제도와 협동조합에 경제적 기초를 두도록 명시한 헌법 33조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해 불복 의지를 재천명했다.
이같은 반발은 개혁안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인도네시아가 IMF와 시각을 달리하는데서 기인한다. IMF가 장기적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인도네시아는 조속한 위기탈출에 집착하고 있다.
수하르토가 1일 IMF의 개혁조치로 나아진 게 없다며 「IMF 플러스」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은 이 때문이다. 「IMF 플러스」는 개혁안에 통화이사회 제도 및 새로운 파산법 제정 등의 조치가 부가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통화안정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고정환율제가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8일 수하르토 대통령의 차남 밤방이 『11일 정·부통령 선출 후 고정환율제는 계획대로 추진되며 이에 따른 환율도 곧 발표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화위기를 서구식 경제모델 전파의 기회로 이용하려는 IMF·미국의 정책이 동남아 경제 전체를 담보로 자기주장을 펴려는 인도네시아의 거센 저항에 직면했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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