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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정크’/뉴욕=윤석민(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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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정크’/뉴욕=윤석민(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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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사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주식시장이 동요하고 환율이 하락하는 소동을 빚었다. 결론부터 말해 무디스의 평가는 현 등급을 재차 강조한 것일뿐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무디스가 평가한 한국의 등급은 1월9일 하향조정된 후 변동이 없다. 당시 외환위기의 주범인 한국금융기관의 외화예금에 대해서는 아예 고려의 대상도 안되는 Caa1 등급을 매겨놓았다. 장기외화채권의 경우 이보다 나은 Ba1 등급을 줬으나 투자부적격 자격이기는 매한가지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Ba1등급에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부정적 관찰상태(On Review For Possible Downgrade)」라는 말이다. 이 말이 「하락 검토」로 옮겨져 해프닝이 벌어졌다. 완전히 틀린 해석은 아니다. 등급을 내리겠다는 직설적 표현은 아니지만 한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태가 호전될 경우 당연히 상향 조정할 것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예상치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내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사의 등급도 마찬가지이다. 뉴욕에서 외채조정협상이 타결된 후 한국의 신용등급을 B+에서 BB+로 3단계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투자부적격, 즉 정크본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럽의 평가기관인 피치 IBCA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국제신용사회에서 우리의 신세는 「보호감호중인 죄인」꼴이다.

하지만 당시 S&P 등은 한국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는 징후를 보이고 국제통화기금(IMF)의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판단, 등급을 투자단계로 곧 더 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건만 감감 무소식이다. 처음에는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 불안과 새정부 출범에 대한 우려로 지체된다는 말이 들리더니 이제는 아예 연말께나 되어야 정상 기채가 가능할 것이라는 자조적 소리도 들린다.

현재의 신용수준으로는 외환위기 타개를 위한 우리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채발행 계획도 투자자들의 외면이나 높은 금리수준으로 실패할 우려가 높다. 물론 누구의 탓 때문인지는 우리 자신이 잘 아는 일이다. 신용평가기관들은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체크하며 등급을 책정할 뿐이다.

이번에 터진 무디스 소동이 주제파악을 못하고 자만에 휩싸인 우리 사회에 다시금 경종을 울리는 기폭제가 됐으면 싶다. 우리의 등급은 여전히 「정크」(쓰레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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