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개 도시를 순회한 외채협상 설명회(로드쇼)가 9일 사우디의 리야드에서 끝났다. 국내 금융기관의 단기외채를 1∼3년짜리 중장기채로 전환하기 위한 이번 로드쇼는 기대했던만큼 성과를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그러나 사실 로드쇼의 성공은 기뻐할 일이 못 된다. 국가부도(모라토리엄)라는 파국을 면키 위해 이자를 올려 주고 빚갚는 시기를 한두해 늦췄을 뿐,외환위기를 몰고온 외채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하루 빨리 경제구조를 개혁해 외국빚을 갚아야 하는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외환위기 극복방안과 관련,이미 여러 차례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 바 있다. 김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나 취임사에서 수출증진,수입억제,외자유치 등을 제시하며 이중 외국투자 유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구조 개혁없이 수출 늘리기는 분명 한계가 있고,교역상대국들이 용납지 않는다. 증시나 채권시장에 들어온 외국자본은 상황이 약간만 달라져도 핫머니로 돌변할 수 있다. 반면 투자유치된 외자는 그 기업이 우리 땅에 머무는 한, 외채가 아니라 「우리 돈」인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통령의 이같은 발상전환은 아직 「선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외자유치는 집행까지 몇년씩 걸리는 일이어서 머뭇거릴 여유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현행 관련 제도나 조직은 한심한 수준이다. 지난해초 급조된 외국인투자종합지원실은 과장급 책임자 밑에 사무관 1명,주사 9명이 전부다. 그나마 정부조직법상 설치근거가 없는 임시기구여서 예산 지원을 못 받아 소액투자 상담에도 힘이 부친다.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한때 외자유치청 설립방안이 제기됐으나 무슨 까닭인지 대통령의 의지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11일 경제대책조정회의,27일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를 잇따라 열 계획이라고 한다. 투자 유치를 앞당기기 위한 법제·조직 정비 등 실질적인 조치들을 하루 빨리 가시화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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