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의혹에 휩싸여 있는 주양자 보건복지부 장관의 처리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론이 악화일로를 겪고 있지만 이 문제와 관련한 정치적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아 쉽게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위장전입사실이 처음 드러났을 때만해도 청와대의 시각은 명쾌했다. 『14대 국회의원 재산등록 당시 모두 검증됐던 사안』이라는 이유로 여론과 야당의 화살을 비켜가려 했다. 그러나 9일 『위장전입횟수가 16차례나 된다』는 보도가 새롭게 터져나오자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로 일단 선회했다. 박지원 공보수석이 아침에 부랴부랴 직접 주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본인으로부터 들은 해명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직보했고 김중권 비서실장은 박주선 법무비서관에게 경위파악을 긴급 지시했다. 표면적인 움직임으로만 보면 조만간 어떤 조치가 취해질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내부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좀 다르다. 우선 주장관이 김종필 총리서리의 「몫」으로 임명됐다는 점이 청와대의 운신의 폭을 제한하고 있다. 또 청와대의 일부 핵심 관계자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초 여론의 움직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일부 각료들을 쉽게 경질했던 것은 실책이었다. 김대통령도 이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후에도 청와대 관계자들이 굳이 『본인의 해명은 납득할만 하더라』고 입을 모은 것도 이런 이유때문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주장관 문제가 새 정부의 「인사전 충분한 사전 검증」원칙에 먹칠을 가하고 있다는 데에는 청와대 관계자들도 이론이 없다. 따라서 법무비서관의 경위파악에서 심각한 하자가 발견될 경우 김대통령도 「여론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