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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떼죽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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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두루미 떼죽음(사설)

입력
1998.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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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가 낙동강변에서 3일동안 37마리나 농약에 의해 떼죽음당한 사건은 구멍 뚫린 천연기념물 보호 실태를 말해 준다. 우리의 무관심으로 전세계에 생존해 있는 재두루미 3,000∼4,000마리의 1%, 우리나라에서 월동하는 250마리의 15%에 달하는 숫자가 비명횡사한 것이다.이는 우선 국제적으로도 면목이 없고 수치스런 일이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 등은 재두루미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해 독수리 흑독수리(천연기념물 228호)등 12종의 새와 함께 재두루미를 적색목록에 올려놓고 각국에 특별한 주의를 요청하는 등 보호에 온갖 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죽은 재두루미 37마리중 한마리의 다리에 일본 연구기관의 것으로 보이는「M32」라고 쓰인 노란색 표지가 부착돼 있었다. 이는 각국이 이 새의 보호와 연구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는 산 증거인데, 우리는 독살해서 먹기까지 했으니 앞으로 쏟아질 국제적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96년 7월1일 재두루미와 흑두루미등 희귀철새의 보호 연구 및 공동조사에 일본과 협력하기로 하고 「한일 두루미 보전 행동계획」에 합의한 바 있다. 밖으로는 두루미를 철저히 보호하겠다고 약속하고 안으로는 이처럼 떼죽음을 막지 못했으니 변명할 길이 없다.

불행을 당한 재두루미는 독극물에 중독돼 죽은 것으로 밝혀졌다. 2마리를 부검한 결과 위속에 들어 있던 볍씨에서 맹독성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철새를 잡기 위해 독극물을 묻혀 뿌려놓은 볍씨를 먹고 죽은 것이 확실하다. 주변 모래사장에서 볍씨 150여개가 발견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아직도 천연기념물을 사냥하고 독살해 잡아 먹는 사람들이 있다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만큼 계몽부족등 보호정책도 엉망임을 뜻한다. 2일 9마리의 주검이 처음 발견됐을 때 조금만 성의를 가지고 주위를 살폈어도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희귀동물이나 식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만 하면 보호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특히 재두루미등 철새들은 개발과 오염등으로 도래지를 잃고 방황하고 있다. 여기에 독극물 사냥까지 곁들여진다면 우리는 더 이상 두루미나 고니등의 우아한 자태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일명 학이라 불리는 두루미는 우리나라에선 천년장수와 백년해로의 상징으로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도래지가 오염되고 독살까지 당한다면 얼마 안 가서 이는 옛 이야기가 될지 모른다. 정부는 이번 떼죽음을 계기로 재두루미등 철새 도래지에 대한 감시활동과 주민들에 대한 계몽활동을 강화하는등 천연기념물 및 철새 보호정책을 새롭게 다져야 한다. 그러할 때 재두루미들은 백년해로의 멋진 학춤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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