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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아내와 50년만에 지킨약속/경희대학원에 1억장학금 한표욱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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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아내와 50년만에 지킨약속/경희대학원에 1억장학금 한표욱교수

입력
1998.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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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유학중 만나 “남의덕 공부 훗날 보은” 맹세/40여년 외교관생활 억척 내조/최근 아내 회고록 그리움 절절/몸에밴 검약 10년째 차안바꿔『오래전 아내와 했던 약속을 지킨 것 뿐입니다』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에 최근 장학금 1억원을 내놓은 한표욱(82·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교수)씨는 이제야 마음의 짐을 덜었다는듯 허허로운 표정이었다. 그가 선뜻 거액의 장학금을 내놓은 것은 50여년전 고통스런 미국유학시절 『남의 덕으로 공부해 부부가 나란히 박사까지 따냈으니 언젠가 그 빚을 갚자』며 아내와 나눈 약속 때문이다.

한교수는 해방후 주미대사관 창설요원으로 유엔대사 영국대사 등을 지낸 「한국외교사의 산증인」으로 일제강점기인 1938년 연희전문을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하버드대,미시간대에서 석·박사학위를 땄다. 가진 것 없이 오로지 배움에 대한 열정만 있었던 식민지 청년이 어렵게나마 유학생활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유학중 만난 동갑내기 부인 최정림(96년 작고)씨의 도움이 컸다.

『집사람도 함께 공부를 했는데 정말 억척스러웠죠. 식당에서 접시닦이를 하면서 여기저기 수소문해 장학금도 받아내 겨우 공부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10년 걸려 어렵게 학위를 받고는 그렇게 다짐을 했습니다』

아내는 명문 미시간대에서 박사학위(문화인류학)를 받았지만 교수의 꿈을 접고 「외교관의 아내」로 만족했다. 요즘에야 외교관이라면 모두들 알아주지만 초창기에는 부인이 파트타임으로 일해야 겨우 생활할 수 있었다. 남편을 따라 40여년간 임지를 다녔던 최씨는 91년 뇌졸중으로 병석에 누워 재작년 세상을 떴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한교수는 최근 부인의 회고록 「외교관의 아내―그 특별한 행복」을 출간했다. 아내가 병석에 누워 틈틈이 쓴 원고를 아내를 그리며 한교수가 정리한 것이다.

동부이촌동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주로 독서로 소일하는 한교수는 일주일에 한번 대학원에 출강하는 것을 큰 보람으로 삼고 있다. 한때 외교관으로 화려한 생활도 누린 한교수이지만 88년 장만한 스텔라승용차를 손수 운전하고 다닐정도로 검약생활이 몸에 배어 있다.<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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