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량 크게 줄어 재고량 작년 3분의 1 수준/창고마다 바닥드러내 십수년만에 물청소까지/운송업체·관세사도 울상8일 인천항 가까이서 보세창고를 운영하는 (주)화인통상. 중국 칭타오(청도) 톈진(천진)과 동남아 등지에서 들어오는 의류 농기계 등 반제품 보관 업무를 맡고 있는 이 회사 창고사업부의 김정남 차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일거리가 너무 없어요. 수입물량이 크게 줄어 창고로 물건을 옮기고 보관하는 일이 예전의 10∼20%밖에 안됩니다.그나마 갈수록 줄어들 전망입니다』
(주)화인통상은 1,300평 되는 창고 2동과 2,500평 정도의 야외 적재장을 운영하는 회사.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쉴새 없이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면서 창고를 가득 채울 정도인 3,500∼3,800톤의 재고가 유지됐다. 하지만 1월부터 물량이 큰 폭으로 줄기 시작해 현재 재고량은 고작 1,300여톤. 천장에 닿을 정도던 물건이 50% 이상 줄어 지금은 창고 시멘트 바닥이 절반 넘게 드러난 휑뎅그렁한 모습이다. 이곳 저곳 창고마다 바닥이 드러나자 물청소를 하고 있다. 창고 물청소는 십수년만에 처음이라는 이야기다.
야외 적재장도 마찬가지다. 적재장 한켠에는 지난해 11월 들어온 벤츠 승용차 59대가 먼지를 뒤집어 쓴채 세워져 있다. 환율급등에 따라 소비가 크게 줄자 수입회사인 한성자동차가 통관을 차일피일 미룬 것이 벌써 넉달째. 화인통상 최승재 사장은 『보세창고에 물건을 두었다가 3개월이 지나도 찾아가지 않으면 체화물로 분류해 세관을 통해 공매처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수입회사가 통관을 포기하고 차를 되돌려 보내겠다고 알려와 그대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은 인천항 인근에서 보세창고를 운영하는 60여개 업체가 한결같다. 창고에 쌓여 있는 물건들도 물건을 수입해 놓고 대금을 구하지 못한 회사, 수입하고 바로 부도난 업체들이 찾아가지 않아 세관 공매에 넘겨진 경우가 상당수다. 한 보세창고 운영회사 사장은 『여러 업체들이 경영난에 빠지자 직원 감축, 임금 삭감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려움은 컨테이너를 옮기는 운송업체도 다를 바 없다. 트레일러 150대 정도로 운송업을 하고 있는 동남아종합운수 운송팀 김동하 계장은 『수입물량이 적어 일거리가 30∼40%정도 줄었다』며 『적은 일거리에다 기름값 상승의 영향으로 부산에 있는 차들은 아예 장거리 운송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수입물품 신고 업무를 대행하는 관세사들도 하루 20여건이던 업무가 지난달부터 7∼8건 정도로 줄어 경기 탓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수입량 감소는 인천은 물론 부산 서울세관 등 주요 수출입 창구에서 예외가 없다. 인천본부세관의 지난달 수입량은 13억1,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 가량 줄었고 부산은 32억2,600만달러로 25% 감소했다.
문제는 수출용 원자재 자본재 수입이 크게 줄어 수출전선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올해들어 2월까지 수입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원유가 32.7%, 천연가스가 19.1%, 석유화학제품이 27.5%, 컴퓨터 부품이 53.3% 줄었다. 업계에 따르면 펄프 원면 원당 천연고무 등 원자재와 자동차 가전 통신부품 등의 재고가 거의 바닥났거나 적정량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수입신용장 개설이 어렵고 수입하더라도 회사가 건실하거나 오래 거래한 업체가 아니면 외상으로 물품을 공급할 수 없는 처지』라며 『원자재 파동이 서서히 조짐을 보이고 있고 4월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인천=김범수 기자>인천=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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