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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림 경영의 말로/도쿄=황영식(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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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가림 경영의 말로/도쿄=황영식(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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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이치(산일)증권의 유키히라 쓰기오(행평차웅·66) 전 회장이 전 사장·부사장과 함께 4일 도쿄(동경)지검 특수부에 구속됐다. 분식결산으로 2,600억엔에 이르는 거액의 손실을 감춘 혐의다. 그의 구속으로 4대 증권의 일각을 점했던 야마이치(산일)증권의 급작스런 도산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풀렸다.야마이치증권의 분식결산은 유키하라 전회장이 사장이던 91년 심복의 건의를 받아 들이면서 시작됐다. 사장 시절 그는 심복 임원들을 「각료」라고 불렀고 나중에도 사장 시절을 회고하면서 『내 정권에서는…』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력한 파벌을 이끌었다. 심복이 아닌 간부들의 반대의견은 자동적으로 무시됐고 나중에는 모두들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시작된 분식결산은 「각료」들이 사장·부사장 자리를 차례로 물려 받으면서 점점 그 규모가 커졌다. 냄새를 맡고 총회꾼들이 몰려 들자 「각료」들은 이들의 주식계좌에 자사거래 이익을 넘겨주는 방법으로 거액을 제공해 입을 막았다. 영업내용을 개선하는 적극적인 손실해소책보다는 엉터리 결산으로 우선 눈가림만 하면서 야마이치증권은 속으로 곪아 들어갔다.

결국 거액의 손실이 드러나면서 지난해말 파산했다. 아무것도 모르던 사원들은 청산절차에 따라 지금 차례차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정권」 책임자들의 구속을 지켜보는 이들의 눈길이 고울 리가 없다. 『구속된다고 회사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누군가는 법적인 책임을 져야 했다, 조금은 속이 시원하다』는 소리가 잇따랐다.

한편으로 『대장성이나 증권거래감시위원회는 무엇을 했느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대장성 증권국은 91년에 이미 야마이치증권의 분식결산을 발견했다. 93년 증권거래감시위도 한결 교묘해진 분식결산을 찾아냈다. 그러나 모두 시정·개선 명령을 내리는데 그쳤다.

유키히라 전회장이 구속된 다음날 도쿄지검은 대장성 증권국 총무과장보좌와 증권거래감시위 검사관을 수뢰혐의로 구속했다. 이들과 야마이치증권 사이의 접점은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러나 6일의 대장성 수색에서 검찰은 이들의 수뢰혐의와는 무관한 증권국장실을 집중적으로 뒤졌다. 증권국 관계자들이 야마이치(산일)증권으로부터 「접대 뇌물」을 받았으며 거액의 손실은닉을 눈감아 주고 분식방법까지 「지도」했다는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말길을 열어 두지 않았던 경영진의 독선과 그릇된 판단, 상층부의 보신주의가 둑에 구멍을 팠다면 대장성은 이를 보고도 못본 체 했다. 야마이치증권의 100년 역사는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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