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가 시작됐다. 새로운 환경속에서 새친구를 만나고 또 공부도 열심히 해야지 결심하고 희망에 부풀어 학교에 간다. 그러나 이런 행복한 기분도 잠시. 선생님보다,부모보다 더 무서운 존재가 학교에 있다. 선배다. 특히 중·고등학교 1학년들은 1년간 고개를 숙인채 어깨를 움추리며 학교를 다닌다.내가 중학생때 모두 서클활동 선배들에게 받아줄 때까지 몸을 90도 구부린 인사를 몇번씩 해야했다. 때로는 태도가 나쁘다,건방지다는 이유로 기합을 받기도 했다. 이런 일은 거의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선배에게 맞은 적도 있다. 여러 선배들에게 한꺼번에 맞았다. 나를 때리면서 선배들은 『너무 튀어』 『눈에 거슬려』 『건방져』라고 말했다. 발레를 배우고 밴드부활동도 하며 좋아하는 일을 자유롭게 하는 나를 선배들은 부러워했을지도 모른다.
한국 상황도 똑같다. 내가 일하는 학원 학생이 작년에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마자 선배에게 당했다. 해마다 선배들에게 기합을 받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맞아 얼굴이 부을 정도는 처음이었다. 나도 경험했지만 뭐라고 위로해줄 수 없었다. 그 학생은 이번 새학기가 시작하기 전 『신난다,선배는 고3이라 입시에 바빠 고2때는 선배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제발 이 학생이 자신이 당한 것처럼 후배에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배대접을 받고 싶으니까,선배에 대한 후배의 태도를 고치기 위해, 일본 이지메문화가 들어왔기 때문에, 요즘 폭력적인 만화나 TV영화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이유가 아니다. 20년 사이에 한국은 많이 변했다. 요즘 사람들은 자기를 표현하고 싶어하고, 자기 존재를 나타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10대들은 적어도 18세까지는 표현을 잘 못한다. 몸은 크지만 마음은 완전한 어른이 아니다. 스스로 뭔가 해낼 수 있는 사회적 힘도 없다. 아직 부모가 돌봐준다. 자기를 표현하기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이다.
또 사회나 학교,가정의 분위기도 공부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 이 답답하고 애매한 상황속에서 눈에 띄는 사람을 보니깐 『눈에 거슬린다』 『건방지다』고 말하고 심하면 위에서 누르는 행동으로 변한다.
요즘 일본에는 일찍부터 자기가 살아갈 길이나 하고 싶은 일을 찾는 편이라 이런 험한 일들이 많이 없어졌다. 한국은 아직 시작단계라 자꾸 문제로 삼아야 한다. 이때만 지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하지말고, 또 일이 생긴 다음에 왜그랬느냐고 따지지만 말고,일이 일어나기 전에 학교나 부모들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학생들을 규칙같은 것으로 누르는 방법 이외의 것 말이다. 학생들이 이렇게 된 것은 어른들에게 책임이 있으니까.<무용가·일본 출신 귀화인>무용가·일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