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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 쌓이는 방송계(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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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 쌓이는 방송계(사설)

입력
1998.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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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방송의 모순과 문제점들이 동시다발로 터져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기부터 표면화하기 시작한 방송계의 문제들은 결국 그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오고, 국가의 문화정책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에서 어느 것 하나 가벼이 볼 사안이 아니다. 그러나 정부조직 개편으로 방송정책을 책임지고 추진하거나 교통정리할 행정기관이 모호해졌고, 그 행정 공백상태를 단축시킬 방송법 개정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사실 더 심각한 사태다.과도기의 문제점 돌출은 지난달 국제적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이 한국의 위성방송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머독의 발표가 국내 방송사들을 긴장시킨데 이어, 지상파 TV는 그들대로 경영악화를 내세워 프로그램의 중간광고를 요구하고 있다. 또 공영방송인 KBS가 수신료 인상을 주장하는 가운데 케이블 TV 다솜방송이 이 분야에선 처음으로 부도를 냈다. 3년전부터 출범한 지역민방 역시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공보처가 담당하던 방송행정은 현재 문화관광부로 이관되었으나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방송법에 따라 방송위원회가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며, 각정당도 그런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머독의 국내 위성방송 진출계획은 정부기관의 방송행정 책임이 유동적일 때 발표되었다. 이에 대한 허용여부는 IMF사태 이후 더욱 열악해진 국내 방송계 사정과 문화적 정체성 문제가 충분히 고려된 뒤에 결정되어야 할 문제다.

중간광고와 시청료인상 요구에서 드러나듯이 방송계는 IMF사태 후 광고의 급감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가 먼저 구조조정과 개혁을 통해 해결할 사항을 시청자의 부담으로 떠넘기려는 것은 부당하다. 국민들이 TV시청으로라도 우울한 기분을 달래야 할 요즘 방송사들이 수입올리기에 급급하여 중간광고등으로 시청권을 침해하려 해서는 안된다. 시청료 인상요구도 선후가 맞지 않는다. KBS는 시청료도 받고, 2TV로는 광고도 하면서 흑자를 누려 왔다. KBS는 현 시청료가 책정된 81년 이후의 누적흑자가 4,200억원인데 사정이 나빠졌다고 해서 재빨리 국민에게 부담을 넘기려 하고 있다.

케이블 TV는 흑자업체가 한 곳뿐이고, 지난해 이 업체들의 누적적자가 8,000억원이란 점이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 준다. 법 개정으로 새로운 방송위가 가동될 경우 한계점에 이른 케이블 TV와 지역민방의 재구조화가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한다. 국민회의는 3월 국회에서 지난해 야3당안과 제도개선특위의 합의내용을 바탕으로 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힌바 있어 4년여를 끌어온 통합방송법이 제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제정에 따른 기구정비등에 또 시간이 소요될 것을 생각하면 국회통과를 서둘러야 한다. 방송계의 난제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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