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후 ‘화려한 마감’ 겨냥 불편한 몸끌고 종일 그림/‘석은미술재단’ 설립/은인 이름 상제정 등 후진양성에도 불꽃집념87년 당뇨합병증인 뇌경색으로 쓰러져 아직도 거동이 불편한 양화가 변종하(72)씨가 「석은미술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지난해 말 당시 문체부에서 재단설립을 허가받아 현재 공사가 진행중이다.
허가를 받는데만 꼭 2년이 걸렸다. 미술학도를 양성하겠다는 의지를 부각하기 위해 「미술문화재단」이라는 말을 고집했다.
재단기금은 변씨의 미술작품 100점(화랑협회 감정 시가 60억원)을 제외한 65억원. 서울 성북구 성북동 330484 자택부지 199평에 연건평 200평 규모로 지어질 재단에는 재단사무실과 미술전시실이 들어선다. 박정희전대통령을 비꼰 「돈키호테 이후독재자」, 한국적 해학성을 담담하게 표현한 도자기 그림인 도화 등 대표작 100점을 상설전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변씨가 가장 애착을 보이는 것은 연간 5,000만원 규모로 창작자금을 지원할 두 개의 상. 하나는 「박춘배」상. 고 박춘배씨는 변씨가 대구 남명초등학교를 다닐 때 일본 아동미술전람회에 작품을 내주는등 가능성을 일찌감치 점치고 후원해 준 첫번째 은인. 유망한 초등학교 미술학도를 선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상이다.
또 하나는 「서진달」상. 일제 징병을 피해 만주에 피신해 있을 때 만난 두번째 은인인 당시 만주 신경시립미술원 스승이자 근대화가인 그를 기념해 가능성있는 작가에게 유학자금을 지원할 생각이다.
변씨가 미술재단 설립을 결심한 데는 부인 남정숙(71)씨의 공이 컸다. 『재산 많이 물려줘야 사람꼴 우스워지고, 자식도 망친다』며 남씨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미술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작업을 했다.
2주전 각막파열로 서울중앙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변씨는 또 일을 저지르고 있다. 『요즘엔 김유정작 「봄봄」같은 옛날 소설을 읽는 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이런 해학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그림을 그린다. 「일월도」 시리즈는 10호 크기의 작은 그림으로 해와 달을 해학적으로 묘사한 부조형식의 작품. 표면처리가 매우 독특한데 『남이 먼저 베껴 전시할까 겁난다』며 한사코 공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풍속도 30점, 일월도 30점이 그려지면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몸이 조금씩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아무래도 마지막 전시가 될 것같다』는 그는 2년쯤 후의 「마지막」 전시를 위해 하루 종일 대여섯평 남짓한 화실겸 침실에서 앉은뱅이마냥 앉아 그림만 그린다.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미치거나 자살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재주 부리며 까불지말고 「숨은 돌」처럼 살라』며 선친이 지어준 호 「석은」. 미술재단설립은 그의 숨길 수 없는 마지막 재주가 될지도 모른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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