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작·안기부 개혁 차원 아닌 기존권력 메커니즘 해체까지 목표「북풍공작」 진상규명이 지향하는 목표점이 분명해지고 있다.
여권 핵심부가 예상보다 훨씬 방대하고, 강도 높은 대수술을 의도하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북풍공작에 대한 수사는 단순히 대선 과정에서의 공작여부를 따지거나 권력기관의 내부 개혁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총리서리에 대한 임명 동의를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도 아니라는게 여권 핵심인사들의 주장이다.
「북풍 수사」는 기득권 세력의 원천이 돼 온 권력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권세력과 권력기관이 화학적으로 결합해 만들어 놓은 「복합체」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상층 인맥의 물갈이보다는 구조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구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김영삼 정권의 개혁이 이같은 「권력 복합체」의 저항 때문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는 판단이 근저에 깔려 있다.
새정부는 이에 따라 북풍 진상규명 작업을 장기적으로 끌고 갈 태세다. 물론 이번주에 예상되는 여야간 협상 등 고비 때마다 속도 조절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종찬 안기부장은 『정치적 고려에 따라 진상 규명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구여권 세력과 권력기관 사이의 협력 구조를 밝혀내는 일이다. 사정당국은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안기부내 배후 협력자를 규명하는 것을 이같은 작업의 단초로 삼겠다는 자세다. 이부장도 『정의원이 누구 얘기를 듣고 정치권의 안기부 대변인 역할을 했는지 배경과 경위를 확실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이밖에도 15대 총선의 북풍진원지였던 북한군의 판문점 진입사건의 배후를 조사하는 등 역대 정권하에서의 북풍의혹에 대한 조사도 확대하고 있다. 조사가 진척될 경우, 92년 대선 당시 색깔론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루어졌던 이선실간첩사건등에 대한 진상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진상에 따라서 연루된 정치권 인사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수준보다 훨씬 범위가 넓어질 수도 있다. 정치권 사정, 또는 안정 의석 확보 수준의 정계 개편을 넘어서는 권력 핵심의 물갈이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유승우 기자>유승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