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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8.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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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일본에는 스파이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나카노(중야)정보학교가 유명했다. 3공시절 「피스톨 박」이란 별명으로 위세를 떨친 박종규 전 경호실장이나 이·장사건의 주역 이철희씨는 자신이 나카노 출신이라고 기회있을 때마다 자랑했다는 후문이다. ◆나카노정보학교의 진가는 태평양전쟁을 통해 새삼 부각됐다. 전쟁이 터지기 10여년전인 20년대 중반부터 일본 육군은 나카노출신을 무역상인으로 변신시켜 버마 태국 인도네시아 등지에 거점을 구축했다. 동남아 침공이 시작되자 오랜 투자이상의 큰 수확을 거뒀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해외주재공관에는 안전기획부 공사가 파견 근무중인 곳이 많다. 어느 공관에서 안기부공사라며 소개하는 사람을 만나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음지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한다는 첩보요원이 외부인에게 신분을 노출한다면 「짠 맛 잃은 소금」과 다를 바 없다. ◆산업스파이 때문에 미국은 연간 1천억달러의 손실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예산의 40%를 경제분야 활동에 쓴다고 한다. 웹스터 CIA국장은 국제 경제전쟁에서 이기려면 첨단기술을 스스로 개발하거나 아니면 외국에서 「획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반도체기술 유출사건을 계기로 산업스파이방지법 제정에 나서는 등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부산하다. 때마침 이종찬 안기부장은 취임사에서 안기부의 구조개혁과 경제정보 수집 강화를 천명했다. 개방시대의 정보력은 국가경쟁력과 직결된다. 안기부의 변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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