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적자 10억원 ‘공황 상태’/광고판매 40%대 급락/편성부실화 부채질/시장무시·정치성 개입/인허가 비리설도 계속지역민방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 있다. 광고주들은 시청권이 좁은 지역민방의 광고부터 먼저 끊는다. 지금도 기반이 튼튼한 기존 지상파방송, SBS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중계유선방송과 경쟁해야 하는 지역민방은 위성방송이 본격화하면 더욱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지역민방은 95년 5월 1차로 부산(PSB) 대구(TBC) 광주(KBC) 대전(TJB)방송 등 4개 업체가,97년 9∼10월 2차로 인천(iTV) 전주(JTV) 울산(UBC) 청주(CJB)방송등 4개 업체가 개국했다. 1차 지역민방은 첫 해 평균 60억원의 적자를 96년 평균 30억원으로 낮추며 자리를 잡는듯 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사정이 악화했다. 96년 1월만 해도 80%대를 넘어서던 광고판매율이 점점 낮아져 올 1월 9.3∼40%를 기록,10억원 안팎의 월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SBS의 프로그램을 공급받지 않고 100% 자체 제작편성하고 있는 iTV의 어려움은 더욱 크다. 제작비 부담이 큰 만큼 적자폭도 커 지난해 10월11일 개국한 뒤 연말까지 누적적자만 90억원이었다. iTV는 경비절감차원에서 개국시 주당 6,220분이던 방송시간을 현재 4,830분으로 줄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방송사들은 인원삭감 등 경비 절감에 최대한의 노력을 벌이고 있다. 대구방송의 경우 외부인력과 용역직은 거의 없앤 상태이고 정규직원의 인건비 예산을 절반으로 줄인 상태다. 지배주주가 바뀌는 일도 이미 일어났다. 청주방송은 당초 지배주주였던 태일정밀이 부도나 경영권이 두진공영으로,광주방송은 대주건설에서 나산으로, 다시 (주)송촌으로 넘어갔다.
경영난은 편성난으로 이어진다. 각 방송사는 SBS로부터의 전파료 수입(광고비 명목)을 늘리기 위해 SBS프로그램 방영비율을 늘리고 자체제작편성 비율을 줄인다. 지역문화의 창달자를 자처하던 지역민방은 SBS를 키스테이션(주방송사)으로 삼는 네트워크방송의 계열사로 전락해가고 있다. 이처럼 지역민방은 정체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역민방의 무정부상태는 결국 정부정책의 실패라는 지적이다. 지역 광고시장에 대한 분석, 사업자의 방송여건 등 현실적 근거보다 상업주의적 발상과 정치논리로 무더기 허가를 내준 것부터가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1차 민방사업자 선정에 참여한 업체의 40%가 건설업체였던 것도 복잡한 건설, 인·허가과정에서 관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지난해 국회 상임위나 김현철씨비리 수사때 사업자 선정에 대한 비리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방송의 이춘재 경영기획국장은 『각 지역민방의 연계나 통합으로 방송권역을 광역화하고 광고요금구조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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