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국식 인사청문회/워싱턴=신재민(특파원 리포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국식 인사청문회/워싱턴=신재민(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3.07 00:00
0 0

 끊임없는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떨어질줄 모르는 지지도를 즐기고 있는 빌 클린턴 미 대통령도 의회만큼은 마음대로 하질 못한다. 96년 대선에서 밥 돌 전 상원의원을 상대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지만 여전히 의회만큼은 상·하원 모두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상원이 전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인준청문회에 관한한 클린턴 대통령도 종종 진땀을 빼곤 한다. 집권 2기의 첫해인 97년에만 클린턴 대통령은 모두 3차례에 걸쳐 자신이 지명한 인사가 상원에서 거절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첫째 케이스는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식과 더불어 중앙정보국(CIA)국장으로 지명한 앤터니 레이크 전 백악관안보보좌관. 당시 공화당에서는 레이크 전보좌관의 중남미국가에 대한 무기지원을 이유로 시비를 걸었지만 내심은 클린턴 대통령을 견제하고자 한 것이었다. 승승장구하는 클린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아보겠다는 정치적 의도에서 비롯된 반대였지만 결국 당사자인 레이크 전보좌관이 사퇴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한번 혼이 난 클린턴 대통령은 주멕시코대사에 공화당원인 존 웰드 매사추세츠주지사를 지명했다. 비교적 온건한 공화당원으로 알려진 웰드 전주지사를 지명함으로써 「초당적 인사」라는 평가를 받고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웰드 전주지사와 인준청문회를 맡고있는 제시 헬름스 상원외교위원장과의 개인적 불화가 문제가 됐다. 공개적 비난을 서슴지않는 두 사람사이의 험악한 상황을 보다못해 클린턴 대통령은 헬름스 위원장이 평소 주장하던 「국무부 조직개편」이란 당근을 제시했지만 헬름스 위원장은 주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안건조차 상정하지 않았다. 결국 웰드 전주지사 역시 자진사퇴했다.

 세번째 케이스는 법무부인권담당차관보에 지명된 빌 란 리 변호사. 중국계인 그가 지명되자 공화당은 『소수민족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소수민족출신이 그같은 정책을 지지해온게 당연할수 있으나 공화당측에서는 인권담당차관보로서 편견을 갖고 일할 우려가 있다며 지난해 11월 회기가 끝나도록 인준절차를 진행하지않았다. 이에 클린턴 대통령은 98년 회기에서 결정될때까지 리 변호사를 인권담당차관보대행으로 임명했다.

 이처럼 미국정치에서는 다수인 야당이 반대하는한 대통령은 함부로 고위직 인사를 할 수 없다. 뻔히 정략이나 정쟁의 수단으로 반대하는 줄 알면서도 대통령은 끝내 설득과 협상이 통하지않을 경우 이에 승복하고 다른 사람으로 교체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식 인사청문회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