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출범을 경축하는 특별사면과 복권에 비리사건으로 형을 받았던 신구 정권의 대표적 정치인을 포함시키려는 조짐이 보인다. 우리 정치사상 처음인 여야 정권교체의 의미를 감안하면 사면과 복권 수혜자는 많을수록 좋다. 그러나 자기편 사람들을 무리하게 풀어 주려는 움직임은 새 시대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박상천 법무장관은 취임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편파적 사정활동으로 처벌받은 정치인은 사면 복권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 여권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구체적으로 한보사건에 관련돼 실형선고를 받은 권노갑 홍인길 두 피고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여기에 여권이 집요하게 요구해 온 선거법 위반사범까지 포함시킨다면 배신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권·홍 두 사람이 지난 1월 형집행정지 조치로 풀려날 때도 우리는 같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들이 한보사건에 관련된 것은 수사와 재판결과로 입증된 일이다. 그런데 사면 복권까지 시켜 준다면 법질서가 존재하느냐는 근본적인 회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전·현 정권 통치자의 측근들이란 점에서 더욱 큰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 사면을 요구하는 세력은 정치적 탄압의 희생자라고 주장하지만 한사람은 포괄적 뇌물죄가 인정됐고, 다른 한사람은 한보사건의 배후인물로 온갖 비리가 드러난 바 있다.
박장관은 장기간 복역중인 양심수와 공안사범 사면폭은 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더욱 사면 복권에는 형평의 원칙과 분명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사면 복권론이 나올 때마다 법무당국은 형기의 3분의 2 이상을 복역하고 행형성적도 우수해야 한다는 기준과 원칙을 강조해 왔다.
많은 한보사건 관련자들과, 장기 징역형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들의 조기석방으로 우리 국민의 법감정은 더욱 냉소적으로 변했다. 법 집행에 엄격한 원칙과 기준을 적용해야 할 법무부가 정치논리에 지배되어 원칙과 형평에 위배되는 결정을 내린다면 법질서와 사법정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확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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