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에 파격과 충격이 몰아칠 기세이다. 새 정부 전체가 개혁의 바람을 타고 있는 시점이지만 외교통상부만큼은 정부내에서도 사시가 있어온 곳이라서 또 다르다. 안기부까지 사정의 칼날을 맞는 「개혁의 시대」에 기왕에 배타적 「문제조직」으로 지목되곤 하던 외교통상부가 유별난 관심의 대상이 안 될 리가 없다. 외교통상부에 닥칠 파격은 인사개혁에서 가장 구체화해 있다. 박정수 신임장관이 밝힌대로라면 첫 개혁의 대상이 된 특 1,2급 고위인사들은 앞으로 30여명이나 옷을 벗어야 할 상황이다. 30여년씩을 외교관으로 지내온 고위간부들이다 보니 알만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 해당된다.
박장관은 정치인 출신의 외부인사로, 내부 발탁의 경우보다 개혁을 더 앞세울 것으로 점쳐졌던 것이 사실이다. 수십년의 관례와 전통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이런 종류의 개혁은 조직친화적이기 마련인 내부출신인사에 의해 이루어 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실 고위직들의 퇴진은 이미 정년 1년 단축으로 1∼2년내에 이루어 지게 돼 있었다. 박장관은 이를 더 빨리 급격하게 실현할 의지를 보인 것이다.
박장관의 의도는 고질적인 부내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여겨진다. 외교통상부내에서는 출신대학, 심지어 전공 과에 따라 「성골」이니 「진골」이니 하는 파벌주의가 있어왔다. 그리고 이는 누적된 인사적체 속에서 격심한 경쟁과 탈락자들의 인사불만을 가중시키면서 악순환이 돼 왔다.
박장관이 취임식에서 외교통상부를 「이기적 모래알 집단」이라고 지적했던 것도 이런 풍토를 지칭한 것으로 이해된다.
부내 소장계층은 이를 반기는 기색이다. 조직생리상 당연한 반응이다. 특히 각급 인사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생각해온 소외계층은 이런 개혁을 환영할 것이다.
앞으로 박장관 구상의 파격성이 얼마나 더 확장될지는 주목거리이다. 상부조직의 대대적 정리에 무리가 따를 수도 있겠지만 박장관은 「알만큼은 다 아는」 외교통 정치인이다. 다만 개혁의 충격이 자칫 부작용을 빚게 돼 대외관계에 파급될 정도까지 된다면 이는 지극히 우려할 일이다.
4대국 공관장에 외부출신의 정치대사를 임용할 것이라는 방침이 알려진 6일 박장관 스스로가 즉각 이를 부인해야만 했던 안팎의 사정이 이런 대목을 말해준다. 외교개혁이 다른 분야와는 다른 민감한 영역이라는 점을 경시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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