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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서리의 헌법적 문제/갈봉근 일본 게이오대 객원교수(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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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서리의 헌법적 문제/갈봉근 일본 게이오대 객원교수(특별기고)

입력
1998.03.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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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총리인준 지연땐 국정마비 초래 우려 서리는 이런 공백구제위해 불가피한 헌법현실상 수단” 우리 헌법에서 국무총리 임명에 있어 국회의 동의를 요하게 한 것은 미국 헌법에 있어서와 같이, 권력분립의 원리인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을 적용한 것이다. 따라서 이 경우 대통령은 임명(Nomination)하고 국회는 그것을 인증(Confirmation)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무총리의 임명에 국회의 동의를 요하게 하는 경우에도 대통령의 국무총리 지명은 결국 하나의 정지조건부 임명을 의미한다. 그것은 국무총리의 임명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러한 까닭에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에게 중대한 하자가 없는한, 국회는 그것을 인준해야할 책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각구성의 일차적 책임자인 국무총리 인준이 늦어질 경우에는 국정의 공백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국무총리서리는 바로 이러한 공백을 구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헌법 현실상의 수단이다.

 우리의 헌법사,특히 제6공화국 헌법에 있어서는 국무총리서리제도는 하나의 헌법관행으로 형성되고 있다. 물론 이번 국무총리서리도 이러한 헌법적 관행의 적용을 의미한다. 때문에 일부 논자들이 『서리제도는 군사독재때 이용된 유물』운운하는 논거는 실제적인 헌법 현실성을 간과한,타당성이 희박한 주장이다. 특히 오늘에 있어서와 같이 국제통화기금(IMF)의 규제를 받고 있는 중대한 경제적 위기에 있어서는 국정의 공백은 바로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이번 국무총리서리의 헌법적 타당성을 발견하게 된다.

 어떻든 국회는 국무총리를 인준해야할 정치적 의무가 있다. 물론 대통령제에 있어서 이례적 경우이기는 하지만 이번 제15대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정치계약에 의하여 김대중 대통령, 김종필 총리 카드를 걸고 대선에서 승리했다. 대선을 통한 이 카드의 승리는 바로 국민이 이 카드에 의한 정부를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의 선택은 국민투표적 성격을 띤다.

 여기에 국회가 김종필 총리서리 지명을 인준해야할 정치적 의무가 있다. 국민 총의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는 민주정치에 있어서는 언제나 국민의 직접적인 선택이 대의제를 대표하는 국회의 의사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총리지명에 대한 국회 인준의 헌법적 가치가 감소하는 이유가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국무총리서리는 오로지 국회의 부담과 책임이지 결코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 그것은 정부야말로 직접적으로 국민의 운명을 책임지는 일차적인 국가기관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회법에서는 인사문제에 관한한 언제나 무기명투표일 것을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때의 무기명은 비밀투표와 동의이명이다.

 인사문제에서 무기명투표를 요청하는 것은 첫째, 그 투표의 대상이 되는 인물의 인격존중과 아울러 둘째, 투표에 있어 정당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까닭이다. 특히 근대국가에서는 의회주의가 정당국가화함에 따라 비밀투표는 정당국가의 횡포에서 의회주의를 보호하기 위한 가장 유력한 방법이 되고 있다. 따라서 총리인준 투표에서의 불행한 사태도 바로 이러한 의회주의와 정당국가의 대립이 아닐 수 없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투표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여야는 그 합의로써 국무총리의 인준을 무기명비밀투표로 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국회법에 분명히 인사문제 투표는 무기명투표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삼스럽게 무기명 비밀투표를 여야 합의로 약속한 것은 바로 정당국가의 폐해로부터 국회의원의 국민대표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배려에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문제는 야당인 한나라당 의원에 의한 백지투표가 바로 이러한 합의에 해당하느냐에 있다.

 물론 비밀투표의 경우에도 백지투표는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와 같은 집단적인 백지투표는 여야가 합의한 약속에도 위배될 뿐아니라 정당의 횡포로부터 의회주의를 보장하려는 비밀투표 본래의 취지에도 위배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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