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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리스트 포 더 트리스·모하비/“내 음악엔 고정관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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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리스트 포 더 트리스·모하비/“내 음악엔 고정관념이 없다”

입력
1998.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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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리스트…­클래식서 인도 악기까지 섭렵 신비롭게 재구성/모하비­정통테크노 추구,노래서 프로그래밍까지 직접 대중음악계에는 언제나 「이단아」들이 존재한다. 자유로운 상상력과 당대의 흐름에 연연하지 않는 음악적 고집, 출중한 실력이 이들의 공통점이다. 최근 첫 음반을 낸 원맨밴드 포리스트 포 더 트리스(미국)와 모하비(한국)도 새로 등장한 이단아. 각각 독특한 색깔과 만만치 않은 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리스트 포 더 트리스◁

 포리스트 포 더 트리스(Forest For The Trees)의 음악은 이름처럼 숲과 같다. 힙합비트에 록기타, 여기에 인디안 전통음악, 인도의 시타, 스코틀랜드의 백파이프 등 갖가지 장르와 악기로 이루어진 그 음악을 듣고 있으면 마치 다양한 나무들이 울창한 숲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든다.

 숲의 주인은 칼 스티븐슨. 90년대 최고의 뮤지션으로 꼽히고 있는 벡의 데뷔 앨범에 참여해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6년전 첫 앨범을 완성했으나 뜻하지 않은 병치레를 하느라 얼마전에야 빛을 보게 되었다. 휴스턴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고등학교 때는 대중음악과 신디사이저에 심취했다. 대학 졸업 후 한때는 하드코어 랩그룹을 이끌었으며 백파이프와 인도 악기 시타에 매료돼 독학으로 마스터했다. 장르와 장르가 충돌, 해체하는 그의 음악은 개인사에서 비롯된 자연스런 결과인 셈이다.

 그러나 그의 진짜 매력은 충돌로 해체된 장르를 아무도 짐작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해 내는데 있다. 때문에 그의 음악은 새롭지만 낯설지 않다. 신비로우면서도 편안하다. 그리고 다채롭다. 작곡과 프로듀싱은 물론, 연주, 샘플링, 보컬까지 전부 혼자 했지만 마치 여러 사람이 만든 각각의 음악을 완벽하게 다듬어 놓은 듯하다.

 자연친화적이고 인간적인 노랫말도 매력을 더해준다. 야생생물학을 공부하고 인디안과 베트남 난민을 위한 활동도 벌였던 그의 중심주제는 자기인식과 자연에 대한 경외, 개인이 가진 긍정적 변화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자유롭고 넉넉하다. 「내가 꿈꾸고 있을 때 나는 내가 정말 잠을 자고 있는지 깨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일어나면 정말 깨어난 건지 아직도 꿈꾸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인생은 다만 꿈이 아닐까. (첫 싱글 「Dream」중에서).

 포리스트 포 더 트리스의 숲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듯하다.

▷모하비◁

 모하비(26·본명 서민규)는 정통 테크노가수다. 그의 첫 작품 「타나토스」는 이제까지 부분도입에 그쳤던 몇몇 음반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테크노사운드(기계를 활용한 음악)만으로 채워진 진짜 테크노음반이다. 작사 작곡 편곡 연주 노래 믹싱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테크노라는 개념에 입각해 만들었다. 외국 테크노그룹 언더월드와 프로디지, 에이펙스 트윈을 두루 섭렵한 분위기다.

 테크노는 아직까지 한국 가요계에서 소수의 음악이다. 「비인간적인 음악」이고 「어둡고 음습한 음악」이다. 멜로디가 축소되고 귀에 익은 기타 대신 드럼과 베이스가 주도하는 모하비의 「꼭지점」이나 「타나토스」를 듣는데는 적지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완전히 새로운 질감이다.

 하지만 모하비의 생각은 다르다. 낯선 음악이라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 이유는 무엇보다 제도권이 청중의 들을 기회를 차단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는 테크노야말로 기존 음악의 한계를 뛰어넘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한다. 수 많은 음원을 조합하면 만들어내지 못할 소리가 없다. 세기말의 혼돈과 미래지향에서 인간의 정신질환과 초현실 세계까지 표현해낼 수 있다.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기계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문제다. 그는 또 『심리학에서 「죽음의 본능」을 뜻하는 타나토스를 통해 삶의 소중함과 환경문제를 역설적으로 이야기했다』고 설명한다.

 모하비는 또 대중음악으로서의 테크노를 주장한다. 모든 음악은 만드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만나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때문에 그는 지난달말 홍대앞 클럽 「마스터 플랜」에서 테크노가수로는 처음으로 라이브무대에 섰다. 혼자서 노래 연주 프로그래밍의 1인3역을 했지만 관객의 열광적인 반응에 힘든 줄 몰랐다. 한국 테크노음악의 개척자로서 라이브클럽과 거리공연은 물론, 라디오와 TV에서도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의 꿈이다.<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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