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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한 미카엘 솔만 노벨재단 사무총장(한국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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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한 미카엘 솔만 노벨재단 사무총장(한국인터뷰)

입력
1998.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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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지역·인종적 편견없어”/“선정 불만많은 문학상 자국어 평가방법 모색/한반도 통일 기여땐 당연히 평화상 범주에” 노벨재단의 미카엘 솔만(Michael Sohlman) 사무총장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목적은 4월초 런던에서 열리는 제2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에서 발족될 비전그룹(Vision Group)의 예비회담 참석. 비전그룹은 ASEM의 발전을 위해 참가 25개국과 유럽연합의 각계 전문가 1명씩으로 구성되는 비정부기구로 그는 이 그룹의 스웨덴 대표이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2일 한국외대에서 「노벨상과 노벨재단」, 4일에는 경희대에서 「노벨상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했다. 그를 만나 노벨상, 특히 문학상에 관해 한국의 수상가능성등을 물어보았다. 그는 2∼3일 서울에서 열린 예비회담에 참석한뒤 5일 출국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해 한국의 한 시인이 노벨문학상 수상 최종후보로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 방문은 처음입니다. 스톡홀름에 한국인 지인들도 많지만 사실 한국에 관해 경제적인 면 외에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간 한국경제가 큰 발전을 이룬 것에 깊은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훌륭히 헤쳐나갈 것으로 봅니다. 한국문학에 대해서는 잘 모르며 한국시인이 노벨문학상 최종후보로 올랐다는 것도 금시초문입니다. 알다시피 노벨상은 각 부문에서 250여명의 후보 중 100여명, 25명 내외로 후보를 좁히고 최종심사 대상은 5명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사항은 철저한 비밀이며 수상후보자의 공개도 적어도 50년간은 비밀로 되어 있습니다』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들」을 시상하게 돼 있는 노벨상이 사실상 유럽과 미국등 일부 지역에 편중되고 있다는 비난이 있는데요.

 『분명하게 말하지만 노벨상은 「지도를 펴놓고 결정하는 상」이 아닙니다. 국가별 고려는 전혀 하지 않습니다. 초기에는 강력한 유럽중심 경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1차대전 이후 상의 전망이 넓어졌습니다. 문학상의 경우 나이지리아의 월레 소잉카, 남아공의 나딘 고디머, 세인트루시아의 데렉 월코트가 수상하는등 지역편중은 없어졌습니다. 인종적 고려가 없다는 것도 미국의 흑인작가 토니 모리슨이 수상한 걸 봐서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문학상의 경우 97년간 아시아지역에서는 수상자가 3명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톨스토이, 입센, 스타인벡 등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한 작가들은 많습니다. 톨스토이는 1901년 1회 수상자가 될 수 있었지만 당시 스웨덴 내에서의 격렬한 반대로 무산됐지요. 하지만 이후 이런 편견이 없어진 것은 분명합니다. 사실 노벨상에 대한 불만은 문학상과 평화상에 집중돼 있습니다. 물리, 화학, 생리·의학상과 경제학상의 경우 발견이나 발명등 객관적 기준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인류에 대한 공헌」이라는 점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히틀러나 스탈린이 노벨상을 수상했나요. 반면 아라파트 PLO의장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노벨상이 적대적 의견이 있더라도 상을 수여함으로써 특정 이해를 초월하려는 인류의 노력을 격려할 수 있다는 증거입니다』

 ­문학상의 경우 스웨덴한림원 회원들의 편견에 따라 수상자가 결정된다는 거센 비판도 있습니다. 이때문에 영·독·불어권 이외의 나라에서는 자국어를 스웨덴어로 번역하려는 노력까지 하고 있습니다.

 『한림원회원들이 나이가 많다거나 편협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언론의 과민반응이라고 봅니다. 수상자 결정은 그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연중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추천과 조언을 거쳐 결정됩니다. 한국이 번역에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웨덴어 번역을 한다고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작품과 작가 자체입니다. 노벨재단은 최대한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문학상의 경우 가능하면 그 나라의 언어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계획입니다』

­남북한의 지도자가 통일의 기초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면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개인적 의견이지만 한반도에서 평화적 통일을 이루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므로 당연히 수상의 범주에 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그는 경희대 강연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무총장으로서 추천후보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수상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답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하종오 기자>

□약력

▲44년 스웨덴 스톡홀름 출생 ▲64년 웁살라대 졸업 ▲7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스웨덴대표부 금융자문 ▲85년 재무부 예산국장 ▲87년 농무부 차관 ▲89년 외무부 통상담당 차관 ▲92년 노벨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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