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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절하’와 한중 경협/김익수 고려대 교수(전문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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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절하’와 한중 경협/김익수 고려대 교수(전문가진단)

입력
1998.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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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엔 가능성 희박하나 하반기이후 압력요인 많아/한국기업 결제통화변경 등 만일의 사태 대비를” 동남아 통화위기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국 위안(원)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상품의 수출가격경쟁력 회복을 위한 평가절하 조치는 중국의 전반적인 정치·경제적 상황을 고려할 때 상반기에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중국은 지난 4년여동안 건실한 경제성장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에너지·원부자재 가격 인하와 금리인하, 관세인상등 환율인상 이외의 방법을 통해 수출가격 경쟁력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관세인상이나 비관세 장벽의 강화와 같은 조치는 통상마찰의 위험성이 커 현재로서는 채택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거시경제지표도 상반기내 평가절하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다. 중국은 2,200억달러(홍콩포함, 중국 자체는 1,400억달러)라는 세계 제1위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으며, 작년 403억달러 무역흑자에 이어 금년에도 약 200억달러 정도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위안화가 자본거래의 경우 비태환성 통화인데다가, 다소 불안하긴 하지만 홍콩 금융시장이 아직까지는 아시아지역 통화위기의 완충지대 역할을 잘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홍콩달러화의 신인도를 약화시켜 홍콩으로부터의 자본유출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대미 통상관계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전망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금년 상반기내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나, 하반기 이후나 내년초에는 평가절하의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의 거시 경제지표가 금년 하반기이후에는 나빠질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고, 그에 따라 평가절하 압력도 거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97년 상반기의 26%대에서 금년 1·4분기에 10%대로 둔화되고 있고, 외국인 직접투자 약정액도 97년의 29.3% 감소에 이어 금년 1·4분기에 약 30% 감소되고 있다. 수출의 50% 가량을 담당하는 국유기업 부문의 누적 적자와 1,000만명에 달하는 실업자도 당정내부 보수세력들의 평가절하 압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인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평가절하가 단행되더라도 절하폭은 10∼15% 내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왜냐하면 첫째 중국이 외환위기에 직면해 있지않아 대폭적인 절하의 필요성이 없으며 둘째 10∼15%의 평가절하만으로도 수출가격경쟁력이 상당부분 회복될수 있고 셋째 만일 40∼50%의 평가절하가 단행될 경우, 동남아 국가들의 통화방어조치를 불러 일으켜 세계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중국 외환당국이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안의 대미달러 환율은 동남아의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촉발하지 않는 선(9.0∼9.5위안)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소폭의 평가절하라 할지라도 한국경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위안화가 평가절하되면, 외환위기 이후 강화되었던 한국 상품의 수출경쟁력이 부분적으로 상쇄될 것이고, 결국 우리의 외환위기 극복 시기도 그만큼 지연될 것이다.

 둘째, 그동안 중국 내수시장을 겨냥한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나 투자증가율도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평가절하는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의미하고, 평가절하 자체가 중국 환율변동의 위험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시장추구형 대규모 투자 동기를 위축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의 원자재를 수입해 중국에서 가공한 후 제3국으로 수출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의 수출과 투자는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섬유봉제 가죽 조립금속 등 중국내 생산기지 이전의 비중이 높은 경공업의 경우, 외환위기이후 수입원부자재 가격과 중국내 임금상승으로 조업단축 인원감축 철수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평가절하로 인해 이들 한계기업의 수출가격 경쟁력이 회복되고, 관련 직접투자도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안화 평가절하의 최종효과는 동남아의 환율 방어여부, 절하폭 등에 따라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의 입장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홍콩달러화로부터 달러로의 결제통화 변경, 환리스크 관리 강화, 대중 신규투자 및 중국내 사업에 대한 타당성 재검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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