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대부분 여신한도 초과/CP 통한 자금조달 힘들듯 금융당국은 은행에서 할인한 기업어음(CP)에 대해서도 일반대출로 간주, 여신관리규정을 적용하기로 확정했다. 이에따라 은행대출금이 많은 대기업들은 은행에서 CP할인을 통해 신규자금을 조달하기가 상당히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또 폐쇄된 종금사를 통해 할인했던 CP도 은행으로부터 만기연장을 받지 못하고 상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는 종금사 폐쇄로 인한 자금경색을 막기 위해 지난달 26일 은행들이 신탁계정은 물론 고유계정에서도 CP를 직접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감독원은 이와 관련, 지난주 「은행이 CP를 직접 할인매입할 경우 이를 할인어음계정으로 처리한다」는 업무지침을 각 은행에 전달했다. 이는 CP매입도 일반 어음할인이나 대출과 마찬가지로 여신한도를 적용하고 심사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은감원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금까지 은행 신탁계정이 종금사의 중개를 거쳐 매입한 CP에 대해서는 유가증권매입으로 간주, 여신한도의 제한을 받지 않았다. 은감원 관계자는 『직접 기업으로부터 CP를 할인매입하는 경우는 은행이 자체 위험부담으로 대출을 하는 것이므로 건전성관리를 엄격하게 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때문에 은행들은 폐쇄종금사의 중개를 거쳐 매입한 CP의 만기를 연장해주기가 힘들게 됐다. 새 어음을 받고 만기를 연장해주는 순간부터 직접대출로 간주돼 여신한도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은행법에 근거한 편중여신관리제도에 따르면 개별기업에 대한 총 여신은 은행자기자본의 15%, 그룹전체에 대한 여신은 4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A은행 여신기획부장은 『종금사중개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CP를 직접 할인하게 되면 주요 재벌그룹들은 은행대출한도를 대부분 초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은행에 CP업무가 전면허용된 이후에도 할인실적이 거의 없는 것은 이같은 요인이 크다』고 덧붙였다. 가교종금인 한아름종금에 따르면 폐쇄대상 12개 종금사가 은행에 매출한 CP 잔액은 1월말 현재 약 15조원에 달한다.
일부 은행들은 CP할인시 심사는 대출과 같이 엄격하게 하되 회계는 할인어음계정으로 처리하지 않고 과거 신탁계정의 유가증권매입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은감원 관계자는 『CP할인매입을 대출금으로 처리하지 않은 사실이 검사에서 적발되면 엄중조치하겠다』고 밝혔다. B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원칙적으로 CP할인은 대출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은행의 CP업무허용취지가 종금사폐쇄로 인한 자금경색과 이로인한 연쇄부도의 방지가 목적인만큼 한시적으로 여신한도를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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