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5일 「오씨 편지」 공개로 작전 개시/재미 사업가·목사 조작회견 2단계 공세/선거막판 「건강·사상의혹」 유인물 유포 안기부가 지난 대선과정에서 「오익제 편지사건」을 계기로 조직적이고도 치밀한 「북풍 공작」을 벌인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안기부가 색깔 공방에 적극 개입,김대중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총체적으로 동원된 사실은 안기부 내부문건 및 여권의 자체 조사 결과 등에 의해 확인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안기부는 북풍공작을 3단계로 나누어 실행에 옮겼으며 이를위해 제1차장의 지휘아래 「태스크 포스」까지 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3단계 기본 대응계획에서 특기할 만한 대목은 안기부가 한나라당과 검찰,보수우익단체 등 범여권이 북풍공작에서 특정한 역할을 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이다.
안기부의 1단계 계획은 지난해 12월5일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는 형식을 빌려 월북한 오씨가 김후보에게 보낸 편지의 존재가 일반에 알려진 직후 시작됐다. 일단 여론의 관심이 모아지자 안기부는 다음날 편지내용을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본격적인 색깔 공세에 돌입했다. 국민회의측은 이때 오씨의 편지가 작성된 경위 및 서울까지 배달된 경로 등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안기부는 「조작극」주장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나라당의 「입」을 활용하려 한 의혹이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 정보위 소집을 요구하고 모두 6건의 성명을 잇달아 내며 조작극 근거제시, 편지공개 등을 요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여권의 분석이다.
2단계 계획은 지난해 12월11일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재미사업가 윤홍준씨가 우리 특파원들에게 「북한 김정일이 김대중 후보에게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는 얘기를 북한의 허모씨로부터 들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문을 나눠주는 제2차 공세로 나타났다. 윤씨가 당시 나눠준 기자회견문은 안기부의 작품이었음이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이어 12월13일엔 재미교포 김영훈 목사가 일본 도쿄(동경)에서 북한 사민당 김병식 위원장이 김대중 후보에게 보낸 편지라며 「김위원장이 71년 20만달러를 김후보에게 줬다」는 등의 편지내용을 공개했다. 안기부는 이 과정에서 보수우익단체가 나서 색깔공방을 부추기는 공세를 펴는 방안도 대응계획에 포함시켰다.
안기부의 3단계 계획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계속됐는데 그 주된 방법은 김후보의 사상적 의혹을 성명이나 유인물을 통해 대대적으로 유포하는 홍보전이었다. 김후보의 건강과 사상 관련 의혹을 다룬 한길연구회(대표 함윤식)의 소식지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지기도 했다. 안기부의 3단계 계획에는 안기부 출신인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서경원 의원 입북사건」,「남조선노동당 사건」등을 재론케 함으로써 색깔시비로 번지게 하는 방법도 들어 있다. 이같은 공작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한나라당 정재문 의원과 북한과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면서 안기부 공작이 북한의 일부 대남 공작과 맞물려 있는 게 아니냐는 점도 부각시키려 했다.<고태성 기자>고태성>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