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권의 첫 조각에서 주목되는 인사 가운데 하나는 외교통상부 초대장관에 박정수의원을 기용했다는 것이다. 헌정사에서 직업정치인이 외교총수가 된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직업외교관출신이 총수가 돼 외교업무를 지휘해 온 것이 관례였다. 박장관의 기용으로 외교업무에 일대 개혁의 바람이 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크다. 이런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박장관은 4일 취임사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몇가지 중요한 개혁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게 한다.
그는 우리와 첨예한 이해관계가 있는 미·중·일·러시아 등 4개국 대사에 기존의 외교관료 대신 「정치대사」를 임명하고,전 재외공관장의 약 30%를 역시 외부인사로 충원할 방침임을 밝혔다. 박장관이 얘기하는「정치대사」가 무엇을 지칭하는 것인지 뚜렷하지 않지만 아마도 직업외교관이 아닌 다른 외부인사의 기용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물론 직업외교관보다도 더 훌륭한 자질을 갖춘 인재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외무통상직요원이 전부인 공관을 과연 외부기용 대사 한사람이 쉽게 장악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먼저 부딪치게 된다. 또 외교적 언어해석능력을 갖춘 인사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의사소통에 문제없다고 외교가 다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우리는 최근의 환란을 통해 미국등에 우리를 이해하는 친한파인사가 없음을 한탄한바 있다. 아마도 이런 사정등이 기존 직업외교관체제에 불신을 가중시킨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렇다고 외부인사로 공관장을 교체해본들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우리 외교현안의 대부분이 걸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들 4개국대사를 전부 외부인으로 대체하려는 발상은 위험하다. 더구나 전 공관장 30% 외부인사 발탁운운은 좀더 심사숙고할 문제다. 개혁도 좋지만 교각살우의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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