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대학입시 완전 자율화 등을 포함한 교육개혁 의지를 밝혔다. 원칙적으로 대학들은 모든 지원자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하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야 하며, 자기대학 출신의 대학교원 임용을 제한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취임사에서도 교육개혁이 우리 사회에 산적한 문제 해결의 핵심과제라고 강조한 바 있어 그 구상을 한가지씩 구체화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대학입시를 완전 자율화하겠다는 구상에는 몇가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김대통령은 일률적인 시험을 지양해야 한다는 말과 함께 대학입시 완전 자율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 말에는 현행 수능시험 제도의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개혁성향의 장관이 취임한 교육부에서도 벌써 수능 폐지론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대학별 본고사 부활로 발전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만일 그런 구상이라면 좀더 신중히 해야 한다.
대학입시를 대학 자율에 맡기는 것은 큰 방향으로서는 옳다. 그러나 교육환경이 독특한 우리 형편에서는 여러가지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수백개 대학의 학생선발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학생부 제도의 유명무실화로 내신성적과 인성 반영의 길이 막혀 고교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수능제도를 없애면 대학별 본고사나 내신성적 말고는 현실적으로 학생선발에 유효한 수단이 없다. 대학들이 본고사를 부활한다면 과외가 더욱 심해져 사교육비 부담이 엄청나게 가중될 것이 뻔하다. 국·공립대입시의 본고사 폐지를 결정한 95년 5·30 교육개혁도 본고사가 유발하는 과외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입학전형 참고여부와 관계없이 대학입학 자격을 걸러 주는 수능시험 제도의 기능은 인정해야 한다.
본고사 부활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망국과외로 인한 사교육비 문제 해결과 대학의 입시관리 능력 배양이 선결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의 교육개혁 목표는 점진적으로 대학에 자율권을 늘려 주어 2000년대에는 학생선발권과 정원조정권을 대학에 일임하는 방향으로 잡혀 있다. 그 정책의 기조 위에서 완급을 조절해 가며 보완적으로 손질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교육개혁이 졸속으로 진행될 때 그 폐단은 막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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