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개표 압박” 여 “재투표 고수” 임시국회를 단독으로 소집한 한나라당은 2일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투표된 201표를 개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투표행위는 적법하므로 김수한 국회의장이 투표종료를 선포하고 개표에 들어가든지, 투표를 하지 않은 의원들이 투표를 마무리한 뒤 개표를 개시해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이한동 대표는 『김의장이 2일 밤 투표를 하지 않은 의원들에게 투표참여를 여러차례 권유한 것은 이전까지 진행된 투표가 적법하다는 판정을 내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위해 김의장의 조속한 개표결정을 촉구하기로 했다. 김의장이 판단을 주저한다면 국회를 장기 공전시키면서 김의장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은 총리서리 문제에 관한 한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강경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현 상황에 대한 해법은 개표를 실시해 그 결과에 승복하거나 김종필 총리서리가 자진 사퇴하는 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권일각에서 인위적 정계개편 불가약속 등의 협상카드로 절충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그 정도로는 타협이 어려울 뿐 아니라 이제는 주고받기가 가능한 단계를 넘어섰다는 게 한나라당의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이와함께 이번 국회에 추경예산안 등 법안이 제출될 경우 『총리서리체제로는 정부가 아무 일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 주기로 했다. 김총리서리가 참석하는 모든 회의에 불참하거나 김총리서리의 퇴장을 요구하는 한편 여권의 반응을 주시하며 법안처리 지연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2일의 「김종필 총리」임명동의안 표결이 국회법에 어긋난 불법투표로 무효이기 때문에 국회가 다시 열리면 재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당은 특히 한나라당측이 제기한 총리서리체제에 대한 위헌시비를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평가절하한 뒤 가급적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속히 국회를 정상화시킨다는 복안이다.
국민회의는 3일 의원총회와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를 잇따라 열어 정공법으로 대처하되 정국안정을 위해 정면대응은 최대한 자제하는 쪽으로 전략의 방향을 정리했다.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은 『한나라당은 공개적인 표결로 의회정치를 유린했다』고 말해 현 정국불안의 원인이 수적 우위를 고집하는 한나라당에 있음을 분명히했다. 조대행은 그러나 『우리는 야당의 몫을 인정하겠으며 대화하고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일정기간 냉각기를 거쳐 협상을 통해 대치정국의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의미이다. 한화갑 총무대행이 취임일성으로 『총리임명동의안문제 등은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유연한 대응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민련도 총리서리체제가 이미 출범한 이상 앞으로 일주일정도의 고비만 넘기면 여야간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고 한나라당의 입장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총리임명동의안 재투표문제를 추경예산안처리 등 다른 국정현안과 분리해 논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양당은 그러나 한나라당이 6일의 임시국회에서 일방적인 투표함개함이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발의 등의 극한적 방법을 들고나올 경우 당력을 총동원해 정면대응한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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