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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밖에서 배우는게 더 많아요”/학교를 거부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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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밖에서 배우는게 더 많아요”/학교를 거부하는 아이들

입력
1998.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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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해원­주입식교육 반발 고 1때 자퇴·1년 독학후 서울대 입학/송율­대중음악·문화평론 관심/1·2등 다투다 자퇴 ‘세상경험’ 「됐어/ 이젠 됐어/ 이젠 그런 가르침은 됐어…」. 서태지의 노래 「교실이데아」는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고등학교를 도중에 그만둔 전한해원(18·서울 서대문구 홍은동)군이나 송율(19·경남 진주시 강남동)군은 스스로를 「서태지의 자퇴동문」이라고 부른다. 『학교에서는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기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었다』는 소신파들이기 때문이다.

 고교 1학년때인 96년 10월 자퇴서를 낸 전군은 지난 1년동안 혼자 공부해 올해 서울대 경제학부에 입학했다. 또래들보다 1년이나 먼저 진학한 셈이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은 대학진학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는 독학중에도 틈틈이 좋아하는 공연을 보러 다니고 통신을 통해 만난 친구들과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대중음악과 문화평론에 관심이 많은 송군은 96년 고등학교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학교를 그만뒀다. 그는 새벽부터 밤까지 쫓기는 입시준비 대신 음악적 감수성을 키워줄 자유로운 경험에 시간을 투자했다. 전국 각지를 여행하거나 주유소에서 일을 하면서 비슷한 친구들도 많이 만났다. 그 덕에 지금은 재수중이지만 후회는 없다.

 두 사람은 모두 『입시공부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고등학교 시절에 원하는 것도 하고 공부도 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이들이 보기에 학교는 능력이나 개성과는 상관없이 똑같은 내용만을 주입하는 수업, 하루 12시간 이상을 책상앞에 앉아 있게 하는 비효율적인 학습, 폭력적인 체벌과 억압적인 분위기로 가득차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학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를 따라 미국에서 1년동안 중학교를 다녔던 전군은 『그때는 「왜 일요일에 학교를 갈 수 없느냐」고 항의할 정도로 학교를 좋아했다』고 얘기한다. 대학에 들어가 다시 공부하기를 원한다는 점에서도 두사람은 「학교를 다니지 않으면 문제아」라는 공식과도 거리가 멀다.

 오히려 학업면에서는 학구파나 모범생에 가깝다. 전군은 혼자서 학습목표를 세우고 1년만에 고등학교 2년과정을 마쳤다. 대학교수인 전군의 어머니(50)는 『자기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아이』라고 대견스럽게 여긴다. 그런데 자기만의 사고를 갖고 행동하는 것이 학교에서는 문제가 되었다. 『현모양처에 대해 논술하라기에 사회가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했다가 교장실에까지 불려갔다』는 전군은 기르고 싶은 머리를 억지로 깎게 하는 점도 학교를 그만두게 한 요인이 되었다고 말한다.

 반에서 1,2등을 하던 송군은 『음악학원에 다닌다고 담임교사가 불러 성적 떨어지는 짓을 왜 하느냐고 야단을 쳤을 때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고 들려준다.

 역시 대학교수인 송군의 아버지(50)는 『학교교육이 건전한 비판의식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을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만큼 이들을 이끌어줄 다양한 대안교육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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