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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난 빨리 풀어야(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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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난 빨리 풀어야(사설)

입력
1998.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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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자재난이 심각하다.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 경제는 원자재가 달리면 공장가동이 어려워져 근로자나 기업이 함께 고통을 겪는다. 특히 원자재 부족은 수출에 찬물을 끼얹어 하루 빨리 외채를 갚고 IMF국치를 벗으려는 노력을 무산시킨다. 원자재 부족과 가격급등은 IMF위기 이후 유독 우리나라만 겪는 시련이어서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제 원자재가격은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두바이산 원유는 지난해 11월 배럴당 18.17달러에서 2월25일 현재 11.65달러로 36% 하락했다. 그러나 원유를 원료로 국내서 생산하는 부탄은 값이 ㎏당 420원에서 620원으로 48%나 올랐다. 아연괴는 국제시세가 33% 내린 반면 국내가격은 61%나 급등했고, 국제시세가 21% 하락한 펄프도 국내에선 27%나 올랐다. 외환위기로 원화환율이 배이상 상승한 탓이다.

 원자재 재고도 심상찮다. 원피는 적정 재고의 50%, 고철은 67%, 원당은 68%에 그쳐 당장 공장가동이 중단될 정도는 아니나 생산차질이 크게 우려된다. 이같은 원자재난은 IMF사태 이후 한국의 대외신인도 추락으로 촉발돼 외국계은행­국내은행­대기업­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후유증이다.

 외환위기로 국내은행들은 외국은행의 크레디트 라인이 동결돼 외상수입을 뒷받침해 줄 여력이 없어졌다. 원자재 수입을 담당하던 종합상사도 해외금융 조달이 어려워지고 자금난, 환차손이 겹치자 수입기능이 위축됐다. 수입업체들은 환차손이나 자금난을 이유로 어음거래를 거부하고 현금결제나 선금을 요구하고 있다. 수요위축에 따라 매출격감에 직면한 중소기업은 원자재값 상승분을 제품가격에 그대로 반영치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원자재 수급차질은 수출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게 된다. 33억달러의 사상최대 월간 흑자를 보인 2월중 무역수지(통관기준)는 명백히 「거품」이다. 금 모으기로 수출이 10억달러 이상 늘어난 반면 원자재 수입은 1년전보다 20억달러 이상 줄었다. 금 수출, 원자재수입 감소등을 모두 감안하면 2월 무역수지는 오히려 3억∼4억달러 적자로 평가된다. 원자재 수입 감소는 몇달뒤 수출 차질로 이어져 적자가 더 커진다는 예고나 다름없다.

 물론 그동안 정부의 노력도 있었다. 기초원자재 무역금융에 대한 특별신용보증, 연지급수입기간 연장등 가능한 대책은 대부분 시행했다. 원자재난과 수출차질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현재로선 중소수출기업에 운전자금 지원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차제에 최근 국내은행들이 일제히 올린 무역금융 수수료를 과감히 인하하는 결단이 있기를 촉구한다. 해외차입금리가 오르고 환율변동이 심한데 은행만 손해를 감수하기는 어렵겠으나, 제조업이 말라 죽는 상황에서 금융만 홀로 살아남기 어렵다는 사실을 금융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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