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만이 최선일까?”/민감한 나이에 지나친 경쟁 아이들 멍들게 해 자퇴결심/자율적인 생활하다 보니 또래아이보다 더 성숙/“비슷한 교육철학 가진 부모들 모임 시급해요” 『그 집 아이들 퇴학당했나』 보통 아이들이라면 수업에 열중일 대낮에 아파트 앞뜰에 나와 뒹구는 노성대(48·상업·경기 광명시 하안2동)씨집 3남매를 보고 모르는 사람들은 수군댄다. 이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는 것은 사실. 그러나 퇴학을 당한 것은 아니다. 홈 스쿨링(Home Schooling)집이 곧 학교가 되는 교육을 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학교에서 나왔다.
학교에 다녔으면 고3,고2,초등학교 2학년이어야 하는 재경(18) 현성(17) 재혁(8) 3남매가 집에서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교육에 대한 실망 때문이다. 노씨는 『한창 민감한 나이에 친구를 밟고 올라서서 1등 해야 성공한다는 공교육의 비인간적인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한다. 특히 가난 때문에 아이가 교사에게 냉대 당하고 울며 돌아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노씨부부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결과는 학교 자퇴. 96년 2월이었다. 당시 중학교를 졸업한 재경이와 중3에 올라갈 현성이는 반에서 1,2등 하던 우등생이었다. 막내 재혁이도 지난해 취학통지서가 날아왔지만 한팔이 없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를 대고 입학을 연기했다.
노씨 가족학교의 교육방침은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노씨와 아내 김종우(41)씨는 각각 대학원과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자녀들을 가르치지 않는다. 두 사람은 홈 스쿨링을 시작하면서 자녀들에게 초·중·고등학교 전과정의 교과서와 교육방송 교재를 사다주었을 뿐이다.
이 교재를 바탕으로 아이들은 알아서 공부한다. 컴퓨터게임을 하든 교육방송을 보든 음악을 듣든 하고 싶을 때 원하는 것을 한다. 심지어 현성이는 지난해 고1 수학문제 하나를 풀려고 사흘동안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오빠에게 물어보기는 자존심 상하고 선생님도 안 계셔서』 그랬다는 현성이는 『혼자 힘으로 문제를 풀었을 때 기분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 흔한 검정고시학원도 다니지 않는다. 그래도 지난해 8월에 실시한 고입검정고시에서 현성이는 전체수석을 차지했다.
이들 가족학교의 고정된 커리큘럼이라면 한글성경과 영어성경,한문성경을 틈틈이 읽는 것 뿐이다. 대신 부모들은 아이들을 전폭적으로 믿고 「사람이 왜 사느냐」는 문제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눈다. 가족끼리 여행이나 답사도 많이 다닌다. 재경이는 『부모님이 간섭하지 않고 믿어주니까 더 열심히 하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철학적인 대화를 자주 나누기 때문인지 또래들보다 어른스럽다. 『가장 가치있는 일은 남을 섬기고 봉사하는 삶이다. 의사가 되어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위해 몸 바치고 싶다』는 재경이 생각도 그렇다.
물론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불편한 점도 있다. 실험자재를 구할 수 없어서인지 과학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 김씨는『홈 스쿨링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비슷한 교육철학을 갖춘 사람들이 정보와 교재를 나눌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교우관계는 교회활동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주위의 오해. 김씨는 『애들 바보 만들려고 그러느냐고 비난 받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다행히 지금은 이웃에서도 『그 집 아이들 참 의젓하다』는 평가를 해준다. 노씨는 『우리 아이들이 사회적인 성공보다는 봉사하는 삶을 가치있게 느낀다는 점이 대견스럽다. 교육이란 결국 인간미 넘치는 세상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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