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안된 시장개방’ 부문 최대한 수정·연기하고/획기적인 수출증대 수입대체산업에 전력을” 국제통화기금(IMF) 협약이후 경기불황은 갈수록 곤두박질치고 있다. 2월 한달동안 기업체 도산이 전년도 같은 기간의 3배(월 3,200개)나 늘었다. 실업자도 월 12만명씩 급증하고 있다.
IMF 협약체결을 흔히 신국치 또는 신탁통치라고 한다. 1세기전 조선말기의 을사조약과 비교하는 것이다. 조선의 패망당시와 지금의 경제상황을 비교하면 놀라울 정도로 서로 똑같이 닮아있다. 조선은 당시 일본등 11개 열강과 불리한 통상조약을 체결하고 그후 30여년간 열강국, 특히 일본으로부터 숱한 경제적 수탈을 당한다. 결국 막대한 무역적자와 외채를 짊어지고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오늘의 IMF 사태도 우리가 세계통상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선진국 특히 미국과 불평등한 협약을 체결한지 3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지 1년만에 터졌다. 문민정부는 경상수지적자를 약 470억달러(93∼97년), 그리고 공식·비공식 외채를 약 5배인 2,000억달러 이상으로 증가시켰다. 이 엄청난 경상수지적자와 외채 때문에 조선과 같이 마침내 IMF에 무릎을 꿇게 된 것이다.
조선은 1880년대부터 차관을 얻는 대신 일 청등 열강국에 철도부설권 광산개발권 등 각종 이권을 내주었다. 지금도 IMF로부터 고리의 차관을 얻는 대신 증권 채권등 금융자본시장을 개방하고 고금리 기업인수·합병 대일수입금지품목 해제 등으로 외국자본에게 엄청난 횡재의 기회를 주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한일합방 직전 대일외채를 갚자고 일어난 「국채보상운동(1907년)」, 국산품 애용의 「물산장려운동」도 지금 시민단체들이 벌이는 「달러 아껴쓰기」 「외제품 안사기」 「금모으기운동」 등과 똑같은 역사의 현상이다. 실로 1세기만에 국가파산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조선과 같이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국가들도 모두 식민지 속국이 되는 공동운명이었다. 지금 이들 국가들이 무역적자와 외채를 해결하지 못하여 경제파탄직전에 놓여있는 것도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모두 1세기전과 같이 통상시장 개방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한 실책의 대가인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 및 전문기관들, 그리고 학계는 통상개방 즉 자유무역을 수출증가로만 생각했지 선진국상품의 수입증가로 국산품 판매부진기업체 도산실업자증가경제불황 그리고 무역적자 및 외채증가로 경제가 붕괴된다는 것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신정부도 시장개방을 과감히 한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 시장개방을 할 줄 몰라서 않는 것인가? 준비없는 무분별한 시장개방은 선진외국상품 및 자본들의 약육강식으로 국가패망이라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개방을 함부로 못하는 것이다.
얼마전 열린 런던 G7회의는 일본에 시장개방과 규제완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페회했다. 세계 최대 무역흑자국이며 채권국인 일본은 지금도 철저한 준비가 될 때까지 금융 자본 등 개방을 미루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
신정부는 외국자본을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국제 핫머니인 증권자금 등 금융자본을 마구 개방, 유입하여 환율을 떨어뜨리고 고금리를 유지하여 그들에게 엄청난 폭리를 안겨준다. 그들이 빠져 나갈 때에는 환차익까지 얻을 것이므로 더 큰 외환위기를 불러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금융 자본 등의 시장개방이나 수입다변화정책을 최대한 수정, 연기해야 한다.
그러면 오늘의 경제 외환위기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그것은 획기적인 수출증가와 불요불급한 수입의 억제, 그리고 해외여행 유학 로열티지급 등 외화유출을 대폭 축소시켜야 한다. 정부와 IMF는 80억달러 경상수지 흑자 목표지만, 외채이자만도 연 15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므로 원금상환까지 감안하면 최소 연 300억달러이상(월 30억달러) 흑자를 내야한다. 작년 12월의 경상수지는 37억달러, 금년 1월은 30억달러, 2월은 33억달러 흑자이다. 정부 기업 국민이 합심하면, 그리고 현 환율수준(달러당 1600원선)을 유지하면 월 30억달러 이상 흑자달성이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재벌구조조정이나 해고문제는 일단 경제를 살린 다음 문제로 미루어도 늦지 않다. 국가역량을 총동원하여 수출증대와 수입대체산업발전에 전력을 다할 때다. 그러면 내수불황도 활기를 되찾을 것이고 고용도 크게 증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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