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설에 여권내 역풍/조 재판관도 막판서 제외/「정치형」 해법에 결국 U턴 국민회의 이종찬 부총재로 결론난 안기부장 인선과정은 여권의 복잡한 역학관계가 투영돼 여러 차례 기류가 뒤바뀌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마평에 오르내린 유력후보만 해도 이부장은 물론 조승형 헌재재판관, 한광옥 부총재, 천용택 국방장관 등 쟁쟁했다.
이부장과 한부총재는 대선직후 일찌감치 안기부장감으로 거론됐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은 얼마 안가 천장관으로 옮아갔다. 김대중 대통령의 안기부장 관이 역대 안기부장이 일으켰던 여러 문제들을 의식, 「실무형」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천장관이 국회 정보위원으로 활약해 안기부를 잘 아는데다 대선기간 「북풍」차단에도 공을 세워 김대통령의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는 점도 중요시됐다.
나중에 천장관에 대한 당내의 강한 이의제기를 보고받은 김대통령이 『능력을 따져야지 지금이 어느 땐데…』라고 말했다는 사실에서도 김대통령이 내심 천장관안을 깊이 고려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수석 내정자들이 발표된 2월 중순부터 「천용택안」은 거센 역풍을 맞게 된다. 진원지는 동교동계 핵심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여권내 구주류그룹. 이들은 구정권의 이미지가 짙게 풍기는 청와대수석 인선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정권안보를 맡을 안기부장만큼은 핵심 측근이 반드시 맡아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이에 따라 천장관은 국방장관으로 이동하게 됐고 김대통령의 최측근인 조재판관과 한부총재등 전형적인 「DJ사람들」이 부상했다. 특히 조재판관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조재판관안도 새정부출범 직후 조성된 총리임명동의 무산의 와중에서 끝내 좌초하고 만다. 조재판관의 강직한 성품과 측근출신이라는 점이 임명동의 와중에서 물살을 탄 「정치형 우선의 인사원칙」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은 것이다. 자민련측이 내각제개헌을 위해 이종찬카드등 정치형 안기부장을 희망한 것도 변수가 됐다. 이부장은 인선과정에서 자민련의 측면지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조재판관안의 후퇴 조짐은 이번 주초 여권의 한 핵심인사가 『헌법재판소도 중요한데…』라는 김대통령의 얘기를 전하면서 감지됐다.
결국 정치적 위기상황의 정면돌파 방침을 세운 김대통령이 택한 해법은 정치형 안기부장이었다. 답은 이부장과 한부총재로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이중 내심 서울시장직을 노리고 있던 한부총재는 안기부장에 대해 일찍부터 부정적인 의사를 직간접으로 전달했다는 전언이다. 전문성면에서 앞서고 올해초 자신의 거취를 대통령에게 일임한 이부장에게 낙점이 내려진 것은 자연스런 귀결이었다.<신효섭 기자>신효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