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정부의 첫 내각이 출범했다. 김대통령이 3일 단행한 조각 내용은 구심점이 불투명한 동거내각이라고 볼 수 있다. 몇몇 장관을 제외하고 공동정권 당사자인 국민회의와 자민련 인사로 짜여졌다는게 초대 내각의 성격을 말해주고 있다. 첫 조각은 김종필 총리 동의안이 야당의 반발로 불발에 그치면서 기형적 모양새를 보일 것으로 이미 예고되었다. 「총리서리」 체제가 바로 그것이다. 초대 내각이 위헌 시비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새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위헌논란뿐 아니라 첫 조각이 공동집권당의 나눠먹기로 부실한 인선을 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통령이 이러한 인선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고충을 이해한다. 김대통령은 15대 국회 임기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추진한다는 김종필씨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다. 또 공동집권당의 실세들을 주요부처의 각료로 기용, 국정전반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만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할 수 있다는 의도를 모르는바 아니다. 바로 내각의 정치적 힘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국정운영에 숨통을 트겠다는 생각이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이 조각내용을 발표하면서 『지금은 무엇보다 책임정치가 필요한 때』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대통령의 의중을 십분 짐작하면서도 우리는 첫 내각구성원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총리서리를 포함한 내각구성원에 대한 올바른 검증이 있었느냐는 의구심이 있다. 특히 정치인 출신 각료에 대한 신뢰성 부분에 적지않은 불만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참신성 부분에 대한 비판도 있다. 엄정하고 꾸준한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서는 지금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초대 내각 구성원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소관분야 전문성과 행정능력에 대한 의심도 제기된다. 정치인으로 내각을 채우다 보니 정치가 행정을 지배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전문성과 행정능력을 갖춘 정치인이라면 정치입김의 행정압도를 배제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행정이 정치우위에 눌려 갈팡질팡하는 사례를 숱하게 보아 왔기 때문이다.
우리는 김영삼정부가 첫 조각에 실패한 후 인사가 만사가 아닌 망사로 전락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50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룩한 새정권 내부의 인재난을 모르는바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참신성과 전문성을 갖고 있으면서 개혁성향이 뚜렷한 새인물이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은 유감이다. 그만큼 김대통령이 국정전반을 두루 챙겨야 하는 부담과 한계를 갖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게 된다. 국난속에 국민의 기대를 모으며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정치내각」의 약점과 한계를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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