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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의 감초 총회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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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의 감초 총회꾼

입력
199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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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측으로부터 돈받고 경영진두둔 의사진행 발언/현재 50여명 활동중 흔히 「총회꾼」이라고 불리는 「전문주주」들. 상장회사의 주주총회에 모습을 나타내 판에 박은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회사로부터 대가를 챙기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외부 주주가 경영진 의견에 반하는 제안이나 곤란한 질문 등을 하면 욕설이나 반대발언 등을 퍼붓기도 하고, 돈을 달라는 요구가 묵살당했을 경우에는 공공연히 의사진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기업에서는 대가를 받고 의사진행을 원만하게 하는 총회꾼들을 「백기사」,막후협상이 결렬돼 회의를 방해하는 총회꾼들을 「흑기사」라고 부른다.

 총회꾼들이 회사로부터 받는 돈은 10만∼50만원선. 총회가 무사히 끝난 뒤 「봉투」를 받는 것이 관행이다. 물론 주총에서의 발언 내용 등은 사전에 협의한다. 회사와 인연이 깊은 「꾼」은 정기적으로 회사 총무과나 주식과에 들러 「수금」하기도 한다.

 증권가에서 파악하고 있는 총회꾼은 대략 50명선. 현업에서 은퇴한 뒤 「꾼」으로 나서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50대 이상이 많다. 은행 주총의 단골손님인 H씨는 8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정관이나 이사 선임 등 전문적인 내용의 발언을 수분동안 줄줄 외는 「베테랑」으로 알려져 있다. 주총에서 총회꾼의 목소리는 크지만, 정작 보유 주식 수는 1∼2개에 지나지 않는다. 여러 회사를 함께 뛰므로 주식을 많이 가지면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가에는 총회꾼 중에 전직 경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처럼 주총이 형식적인 경우가 많은 일본에는 아예 총회꾼(소카이야·총회옥)들이 기업화했다. 소액주주 입장에서 총회꾼은 회사측과 짜고 주총을 요식행위로 이끄는 해악이지만, 기업은 이들을 「필요악」으로 받아들인다. 상장회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총회꾼들은 총회 진행을 원만히 하는 순기능도 있다』며 『총회꾼들이 회사를 신랄하게 비판해 기업 입장을 곤란하게 하거나 소액주주들의 속을 후련하게 풀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껏해야 한두 주식을 가진 총회꾼에게 소액주주의 이익 대변을 기대할 수 없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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