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고성장 주도 지역기구/환란 직격탄에 구조조정 처지 동남아국가연합(ASEAN)이 가혹한 시험대에 섰다. ASEAN은 지난해 7월 태국에서 발화한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대내외적인 한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위기는 ASEAN의 정체성과 비전,나아가 존립까지 위협하고 있다.
ASEAN의 추락 원인은 공동체의 근간이 경제발전에 일방적으로 의존했다는 점이다. ASEAN이 그동안 독자적 목소리를 내며 결집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최대 성장지역」이기 때문이다. 80년대 말 이후 연평균 8%대의 성장,지난해 7,000억달러의 교역규모를 가진 ASEAN은 무시할 수 없는 지역기구였다.
그러나 환란과 경제거품 붕괴는 ASEAN의 대외적 지렛대를 일거에 앗아갔다.
위기는 아울러 잠복됐던 ASEAN의 내부 문제를 분출시키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는 커진 덩치가 오히려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ASEAN은 출범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미얀마와 라오스를 영입, 9개 회원국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제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신규회원국에 투자할 국가는 거의 없다.
물론 ASEAN의 재결집과 대외의존도 축소를 위한 노력도 만만찮다.
각국 지도자들은 상호교역 수단으로 달러대신 자국통화를 사용하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이같은 노력은 역내 교역확대와 인도네시아 산불 공동진화 노력 등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공동체로서의 ASEAN이 심각한 후퇴를 겪고 있으며 원상회복을 장담할 수 만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배연해 기자>배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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