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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이사회/주주이익 대변 못하고 회장 ‘거수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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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이사회/주주이익 대변 못하고 회장 ‘거수기’ 역할

입력
199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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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은 이사회가 기업 오너의 경영 독주에 대한 견제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원래 이사회는 주주들의 이익을 대표해 회사 경영에 관련한 주요 결정을 내리는 기구. 이 이사회가 기업 오너의 허수아비로 전락한 것이다. 외부이사제도가 적극 활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사 선임권은 거의 오너의 결정에 달려있는 실정이다. 회장의 발탁으로 이사 자리에 오른 임원이 주주의 이익을 적극 대변하거나 기존 경영 기조에 반기를 드는 것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법적으로는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거쳐야만 하는 임원 인사도 오너 혼자 또는 그룹 비서실 수준에서 단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K그룹 기조실 A씨. 『이사회는 시키는대로 하는 기구에 불과하다.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이사회를 열지도 않고 보고서만 만들어 서명을 받아 올리는 경우도 있다』 이사회가 오너에 대한 아부의 장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또다른 K그룹의 한 이사. 『이사회에서의 발언은 회장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칭찬하는 것으로 일관돼 있다. 반대의견은 전혀 없다』

 그나마 외부이사제도가 도입된 은행 이사회도 비슷하다. 외부 이사의 위상이 낮고 수도 적기 때문에 목소리도 클 수 없다. 한 시중은행의 주주대표 이사인 K씨. 『확대이사회를 가 보고 환멸을 느꼈다. 경영진은 외부이사를 집행부의 심부름꾼으로 아는 것 같다.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생각이 전혀 없다. 이사의 대부분이 내부 인물이어서 상정된 안을 부결시키는 것은 수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영에 대해 토의도 않고 은행감독원이나 재정경제원 눈치보는 얘기나 한다. 결국 모든 사항은 경영진 집행부 뜻대로 결의된다』

 회사의 경영 자료를 검토해 영업 상황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해야 할 감사도 허울좋은 자리에 불과한 실정이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임원이 예우 차원에서 감사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고, 경영진의 측근 인물이기 때문에 「부적합」의견을 내는 경우도 전무하다. 한 재벌회사 납품사는 이 그룹사 회장의 20대 손녀딸을 감사로 앉혀 물의를 빚기도 했다.<김경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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