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부실경영 문책 소송권 제한/감사도 흐지부지 회사운영평가 한계/기관투자가 경영불간섭주의도 한몫 주주총회가 유명무실해진 이면에는 주주들이 경영권을 가진 집행부의 전횡을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가 없다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 우선 주주들이 경영진을 적극적으로 문책할 수 있는 권리가 극도로 제한돼 있다. 미국 일본 등은 단 한 장의 주식을 가진 주주도 회사의 경영 부실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단독주주권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소송 제기 요건이 6개월 이상 자본금의 1%(자본금 1,000억원 이상인 경우는 0.5%) 이상 주식소유자로 제한돼 있다.
예컨대 5,000여억원 자본금 규모의 삼성전자 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무려 20여억원 어치의 주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많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있으나마나한 권리다.
일일이 주총에 나올 수 없는 주주들이 효과적으로 의결권을 위임할 수 있는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총 2주 전 회사가 공시한 뒤 주주가 서면으로 의결권을 위임하도록 돼 있지만 기간이 짧은 데다 안건도 목록만 공개되기 때문에 찬반 결정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나마 구체적인 경영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도 기업의 반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 전문가가 아닌 소액주주들이 회사 운영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감사제도가 흐지부지한 것도 주주 무관심을 부르는 요인의 하나다. 오너의 측근이 대부분인 감사가 회사 경영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일은 거의 없다.
기관투자가들의 철저한 경영불간섭주의도 상장회사의 경영권 남용을 부채질하는 요인 중의 하나. 투자 성과가 없을 경우 회사의 경영방침이나 경영자를 바꾸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주식을 매각하는 소극적인 방법만을 취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이나 자산 양수·양도 등 기업 소유와 관련한 굵직한 사안이 있을 때 주식매수를 청구하는 것이 고작이다.
또 대부분의 투신·증권사 등이 재벌그룹의 계열사거나 재경원 증감원 등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해 주주고객의 이익을 지키는 데 소홀하다. 실제 많은 투신·증권사의 우두머리가 재경원 등 정부관리 출신들로 채워져있다.
D투신 주식운영부 K팀장의 말. 『투자가들이 경영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기업이 쓸데없는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여론도 경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쪽이 아닌가. 그러다보니 기관투자가들도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으려 한다. 괜히 문제를 일으켰다가 「윗선」에서 압력을 받기도 한다』
고려대 경영학과 장하성 교수는 『경영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경영진을 견제할 수단이 없어 주주들의 권익이 보호되지 않는다』며 『소액주주의 투자는 결국 경영진이나 대주주에게 일방적으로 도움만을 주는 「눈먼 돈」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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