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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비서·기획실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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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비서·기획실로 통한다?

입력
1998.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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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오너 직계조직 중요 의사결정 도맡아/계열사 자생력 떨어뜨려 회장 직계의 그룹 기획실과 비서실은 기업 경영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무소불위의 실세기구다. 「모든 길은 비서실로 통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계열사 사장이나 이사진이 기획실에 항명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다. 기획실의 지시는 곧 오너의 지시이기 때문이다.

 기획실의 주업무는 오너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수집,기획안을 올리고 오너의 결정을 계열사에 지시하는 것. 모든 정보는 비서실을 거쳐가고 그룹의 각종 전략회의도 이곳에서 주관한다. 특히 신규사업 진출과 계열사 지원, 채무보증 등 중요사안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힘을 행사한다.

 재벌계열사인 H사의 직원 A씨. 『이의를 제기해도 「회장 지시사항이니 잔말말고 시키는 대로 하라」고 묵살당하기 일쑤다. 기획실이 일률적으로 할당한 실적은 무리해서라도 채워야 한다. 따라가지 못하면 회장의 호된 질책을 받는다』

 요즘같은 비상시에는 계열사의 신용장 개설까지도 기획실 승인을 받아야 할 정도다. 이사회 의사록도 기획실에서 허위로 작성한다. 기획실 인사팀이 실질적인 인사권을 휘두르고 자체 재무팀과 감사팀은 계열사의 자금흐름과 업무현황을 일일이 통제한다. 재벌 K사의 기획실 한 간부는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은 기획실이 모두 한다고 보면 된다. 특히 성장한 지 얼마 안되는 재벌일수록 기획실의 파워는 막강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계열사의 독자 경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적인 권한도 실체도 없는 기획실이 기업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재벌기업인 S사의 한 관계자는 『개별기업의 이익과 상관없이 외압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주주와 회사를 위해 쓰여야 할 돈이 부실 계열사나 신규사업으로 엉뚱하게 빠져 나가니 회사가 튼튼해 질 수 있겠느냐』며 『비서실과 기획실 등 오너 직계조직의 전횡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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