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쓸이 브로커변호사’ 일부 지역아닌 전국적 현상 철저한 수사·단호 조치로 변법 유착 뿌리뽑아야”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이 헌법규정을 믿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겉으로는 우리가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지만 실제는 「부패공화국」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의정부법조비리사건은 우리의 부패문화가 얼마나 깊은 지를 보여주고 있다. 법조가 어떤 곳인가? 「원칙」과 「질서」를 생명으로 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법조는 원칙과 질서를 어기는 사람에게 구속을 명하고 실형도 선고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원칙 위반자」를 징계하여 사회정의를 바로 세워야 하는 법조가 거꾸로 원칙을 어긴 꼴이 되었다.
그러나 의정부사건은 새삼스러운게 아니다. 그리고 유독 의정부지역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국적인 현상이었고 대한민국의 법조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대법원이 마치 의정부지역에만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것은 바르지 않다. 적어도 대법원으로서는 전국적인 차원에서 실태파악을 먼저하는 것이 옳은 순서였다. 의정부 법관의 전보조치만 해도 그렇다. 내가 알기로는 의정부에는 나름대로 원칙을 준수하려고 애쓴 판사들이 많았다. 이런 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모든 판사들을 몰아서 인사조치한 것은 여론을 의식한 미봉책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나는 지난주에 일본 오사카(대판) 법원 등을 둘러보았다. 그곳에서 경력 11년의 재일교포 변호사를 만났다. 그에 따르면 개업 11년동안 사건과 관련하여 판사를 만난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우리쪽 얘기를 했더니 『도저히 상상이 안간다』고 하였다. 가끔 퇴근시간에 오사카 검찰청 정문에 가면 얼굴이 빨개진 검사들을 볼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퇴근후에 시내에 가서 접대를 안받으려고 자기들끼리 청사내 식당에서 음주를 하기 때문이다. 검찰업무수행에 따른 불필요한 잡음과 오해를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나는 이번 법조비리에서 문제의 핵심은 결코 판사 검사등이 아니라 형사사건을 둘러싼 이른바 「싹쓸이 브로커 변호사」에게 있다고 확신한다. 말을 바꾸어 보면 전국 방방곡곡에 또 다른 이순호 변호사가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경찰서, 법원, 검찰청 등으로부터 알선받은 사건의 선임료의 20∼30%를 주고 형사사건을 싹쓸이 한다. 이순호 변호사의 경우 남양주 경찰서 사건의 70∼80%를 싹쓸이 한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실무에서 주로 이들 싹쓸이 변호사가 판사, 검사 등과 접촉이 잦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형사사건이 아예 없거나 적은 변호사들이 판사들을 만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들 브로커 변호사는 우리들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 「동료」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법조신뢰를 결정적으로 깨뜨리는 범죄자이다.
따라서 땅에 떨어진 법조의 신뢰를 회복하고 거듭 새롭게 태어나는 법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들 브로커 변호사들에 대한 단호한 조치가 급선무이다. 가장 확실한 조치는 검찰이 전국적인 수준에서 이들의 범죄를 수사해야 마땅하다. 그렇게 되면 변호사와 법관등과의 유착구조를 결정적으로 깰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대한변협이 자체 정화활동 등을 통해서 한다고 하는데 나는 회의를 갖는다. 온정주의 때문에 솜방망이 징계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변협 집행부의 개혁의지가 강한지도 의심이 가기 때문이다. 최근 징계대상자를 선정하는 변협내의 윤리위원회 활동이 갖은 잡음을 내고 있는 것도 그 증거이다. 이제 앞으로 변호사, 법원, 검찰 각각의 영역별로 엄격하고 세세할 정도의 윤리규칙 등이 마련되리라고 본다.
그러나 새삼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윤리규칙이나 한층 강화한 징계 규정들 보다는 대법원장, 검찰총장 등의 굳은 개혁의지가 사법신뢰를 회복하는 첩경이라는 점이다. 처음부터 법조의 역사를 새롭게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와 그에 따른 조치등을 기대해 본다. 그래도 어느 영역보다 맘만 먹으면 확실하게 정화할 수 있는 곳이 법조인 것이다.
이번에 김대중 대통령도 취임식에서 경제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우선 「정신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나는 이 정신개혁의 핵심이 「부정부패의 추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법조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원칙을 생명으로 하는 법조가 다시 원칙으로 돌아갈 때 망국적인 부정부패도 단죄될 날이 머지않다는 희망을 가져봄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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