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는 2일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투표행태를 「집단강압에 의한 사실상의 공개투표」로 규정하고 『조직적이고 강압적인 백지투표 강행은 국민들로부터 용서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국민회의는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의 투표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한 보도자료를 통해 한나라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표소에 들르지도 않은채 곧바로 투표용지를 투입한 것은 물론 기표소에 들어가서도 커튼을 닫지않고 1∼2초만에 사인펜도 잡지않은채 투표한 행위는 투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는 조직적인 백지투표라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특히 한나라당측이 겉으로는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는 것처럼 꾸민뒤 실제로는 부총무들을 동원해 투표용지를 가로 한번, 세로 두번씩 접고 가부 표시를 하지말도록 은밀하게 지시하는등 조직적인 백지투표·공개투표를 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이미 백지투표를 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만 13명에 이른다』고 해당 의원들의 이름을 공개한 뒤 『한나라당은 국정공백을 볼모로 무기명 비밀투표를 규정하고 있는 국회법을 정면으로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사태가 심상치않게 돌아가자 조세형 총재권한대행을 비롯한 당지도부는 하오 7시께부터 국회 본관1층 국민회의 원내총무실에서 구수회의를 갖고 본회의장 진행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향후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문희상 청와대 정무수석도 참석했다. 국민회의는 72년 「백두진 국회의장 사퇴권고결의안」처리시 백지투표에 대한 이의 제기로 재투표를 실시한 전례를 근거로 이날 투표의 무효선언과 재투표 실시를 요구했다. 정동영 대변인은 『오늘 투표는 무기명 비밀투표로서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총리임명 동의안에 대한 재투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자민련은 이날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의 국회처리가 끝내 무산되자 『어느정도 각오했던 일이지만 거대야당의 무모함 때문에 나라 장래가 걱정된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이정무 총무는 『한나라당의 무모함과 비협조로 동의안 처리가 무산되긴했지만 더이상 국정공백을 막기위해 총리서리체제가 불가피해졌다』며 『한나라당이 계속 수적 우세와 당리당략만 내세워 국정을 표류시킨다면 여야 정치권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불행해진다』고 개탄했다.
한 당직자는 『가급적 순리와 민주적 방법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런 식의 국정파행을 계속 방치할 수만은 없다』며 『정국안정과 경제난 극복을 위해 어떤 형태로든 정치권의 대개혁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해 정계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변웅전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름까지 거명하면서 『한나라당의 강압적 분위기 조성과 고의적인 「1초투표」전략으로 인해 투표가 중단됐다』며 『총리임명동의를 볼모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다수야당의 횡포는 어떤 논리로도 합법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자민련은 이에앞서 이날 상오 8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의원총회를 갖고 본회의장 표결시에 대비한 마지막 「행동지침」을 정한뒤 소속의원들이 총동원돼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막판설득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대다수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백지투표등 변칙적인 방법으로 나올 경우 무조건 저지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져 이날 국회파행을 예고했었다.<장현규·홍윤오 기자>장현규·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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