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농증만큼 괴로운 질병도 드물다. 코를 풀고 또 풀어도 갑갑함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한방에서 축농증을 「콧속의 연못」이라는 뜻의 비연이라 했겠는가. 축농증이 생기면 콧물이 물 흐르듯 계속 흘러내리고 숨이 막히며 두통등이 생겨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신경질적이 되기 쉽다. 특히 10대 청소년에게 많이 생겨 공부에 악영향을 미친다. 축농증은 코와 코 주위의 공기주머니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부비동이 급·만성염증으로 막히면 환기 및 분비물 배출이 어려워진다. 대기오염과 건조한 생활환경, 알레르기질환 증가 등의 영향으로 발생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급성 축농증은 주로 감기로 인해 생긴다.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비후성 비염이 심해져 축농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급성을 방치하면 만성화한다. 만성의 주된 증상은 화농성 콧물이다. 누런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고 코를 막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폐나 쓸개에 바람(풍)이나 한기, 습기가 스며들어 열이 생기면서 나는 병으로 본다. 약물요법과 침치료를 병행한다.
○몸상태 고려 정체요법 사용
경희대한방병원 외관과(안이비인후과) 홍승욱 교수는 코는 물론 환자의 체질 및 몸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하는 정체요법을 구사한다. 환자의 체질을 개선하고 반복적인 염증을 근원적으로 제거하려면 보중익기탕등의 약물을 2∼3개월 정도 복용해야 한다.
잦은 감기가 원인이면 폐의 기운을 강화하면서 체력을 보강하는 약을 투여한다. 만성화한 경우에는 기운을 돋우는 약을 주로 처방한다. 침치료는 안면과 코 주위의 경혈을 공략하는 방법과 전신의 경혈에 침을 놓아 몸의 정기를 강화하는 방법을 함께 사용한다.
급성 축농증은 대개 4주 정도 치료하면 콧속의 염증을 제거할 수 있다. 만성은 치료가 길어진다. 환자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수년간 치료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또 염증이 상악동 등 어느 한 부위에 국한된 것은 치료효과가 좋지만 양쪽에 발생한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홍교수는 『특히 알레르기성 비염이 함께 나타난 경우에는 치료가 길어진다』고 말했다.
○코와 위장은 연관 ‘음식주의’
원광대전주한방병원 외관과 과장 임규상 교수는 코의 기능은 위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축농증을 예방하려면 음식섭취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스턴트음식이나 가공식품, 찬 음식 등은 위장에 부담을 주고 폐의 기능을 떨어뜨리므로 삼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내의 습기를 항상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건조한 겨울철이나 아파트와 같은 서구식 주거환경이 축농증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한약처방은 염증 제거효과가 뛰어난 여택통기탕. 여기에 증상과 체질에 따라 신이화 창이자 등을 가감한다. 침은 코 주변의 영향과 눈썹 부근의 인당·찬죽, 손등에 있는 합곡 등의 경혈에 주로 놓는다. 최근에는 한방병원에도 레이저치료기가 도입돼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임교수는 『축농증은 성인보다 저항력이 떨어지는 어린이에게 많이 발생한다』며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통해 신체 각 기관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해주면 외부에서 침입하는 나쁜 기운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재학 기자>고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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