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3∼4%·중학생 1% 부모와 떨어지는게 불안/학교가기 싫다는 말보단 복통 등 신체증상 호소 초등학교 입학철이다. 가정과 유치원에서 즐겁게 뛰놀던 개구쟁이들이 엄마의 손을 잡고 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 모습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학부모나 자녀 모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하겠지만 예기치 못한 어려움을 만날 때도 있다. 가장 흔하고 심각한 문제가 자녀들이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등교거부증이다.
얼핏 학교가 싫거나 무서워 가지 않는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집을 떠나거나 어머니와 떨어지는 게 불안해 등교를 거부한다. 이런 상태를 의학적으로는 분리불안장애라고 한다. 초등학생의 3∼4%, 중학생의 1% 정도는 심한 분리불안증세를 보인다. 증세가 경미한 경우는 훨씬 더 많다. 학교입학 외에도 이사나 전학같은 환경의 변화, 가족이나 친척의 죽음, 아이 자신의 질병 등과 관련된 분리불안장애도 많다.
등교거부증이 있는 아이는 대개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복통 두통 설사 어지러움 구토등의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불을 끄고 혼자서 자는 것을 꺼리거나 가족과 헤어지는 내용의 악몽을 꾸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 돌아온 뒤나 휴일이면 이런 증상이 상당히 줄어든다. 최소한 4주이상 분리불안증상이 지속되면 등교거부증을 의심해야 한다.
치료를 받는 아이에게 『학교에 가는 게 왜 불안하냐』고 물으면 『떨어져 있는 동안 나나 아빠 엄마에게 나쁜 사고가 생길 것같아 두렵다』고 말하는 아이가 많다. 이 경우 어머니도 아이가 자기 곁을 떠나는 것을 불안해하는 수가 많다. 어머니가 불안해 하면 아이에게 이 감정이 전달돼 불안을 증폭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아이는 물론 어머니도 치료받아 안정을 되찾아야 한다.
등교거부증은 일종의 소아정신과적 응급상태이다. 따라서 가능하면 빨리 치료해 학교로 보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소아정신과의사, 학부모, 학교친구들, 담임교사간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 치료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아이의 불안을 줄이고 감정이나 생각을 안심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놀이치료를 시행한다. 아이의 장점에 대해 격려하고 칭찬을 해주는 게 주내용이다.
신체증상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좋다. 필요하면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이미프라민이라는 약물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교육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등교거부증을 아이도 어쩔 수 없는 어려움으로 이해해야지, 감정적으로 다그쳐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입학 며칠 후부터 복통을 호소하며 등교를 거부하던 K양은 이같은 치료를 받은지 3일 후부터 어머니와 함께라면 학교에 갈 수 있을 것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K양은 1주일간 어머니와 함께 등·하교했고, 그 후 2주일은 등교때만 어머니와 동행했다. 두달 후부터는 어머니는 물론 친구가 동행하지 않아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다.<신지용 한림대의대 교수·강동성심병원 소아청소년클리닉>신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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