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지분 전량 소각/차입금 2,304억 출자 전환/최대 1조가량 자금부담 채권단 ‘결론’에 진통클듯 고려증권에 4,000억원이 넘는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대출금중 2,300억원을 출자전환키로 함에 따라 3개월 넘게 끌어온 고려증권 사태가 일단 경영정상화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2일 증권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증권은 최근 증감원에 차입금 출자전환 및 인력의 대규모 축소 등을 골자로 하는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하는 한편 채권단으로부터 경영진을 영입, 「은행관리」로 정상화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금융계는 『사상 초유의 금융기관 부도로 엄청난 충격을 줬던 고려증권 사태가 「채권단 공동인수」라는 초유의 해결방식을 채택, 향후 부도 금융기관 처리과정에 중요한 선례를 남기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인수과정에서 엄청난 진통이 불가피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정상화방안 내용
고려증권이 내놓은 경영정상화 방안의 핵심은 재무건전성 확보와 감원을 통한 경영구조혁신 등이다.
고려증권은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고 경영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1,645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중 기존 대주주의 지분(220억원·13.39%)을 전량 소각하고 나머지 1,425억원은 4.7대 1의 비율로 감자,300억원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금융기관 차입금중 2,304억원을 출자전환, 자본금을 2,600억원가량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나머지 차입금 1,556억원중 단기차입금 1,074억원을 4년거치 3년분할 상환조건으로 장기차입금으로 전환하고 482억원은 연리 6%의 6년만기 채권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부도전 1,036명에 달했던 인력을 322명으로 감축하는 한편 53개였던 점포를 20개로 줄이고 일반관리비를 640억원에서 160억원으로 축소키로 했다.
◆멀고먼 경영정상화
고려증권측은 이같은 정상화방안에 대해 『채권기관과의 합의를 통한 방안으로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하다.
우선 보유부동산을 매각, 926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은 가뜩이나 침체된 부동산경기를 감안할 경우 실현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채권금융기관들이 고려증권을 공동인수, 경영정상화에 나설 경우 소요될 천문학적 규모의 추가자금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달말 현재 고려증권이 부담해야 할 자금규모는 콜머니(4,531억원) 증권투자자보호기금 상환액(1,044억원) 부도회사채 대지급금(1,374억원)을 포함 모두 6,949억원인데 여기에 회사채 지급보증액(3,022억원)까지 고려하면 최악의 경우 1조원가량의 자금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또 고려증권의 경우 대부분의 고객예탁금이 빠져나가는 등 회사가 사실상 빈껍데기여서 예전의 영업력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채권단의 결단을 가로막고 있다.
◆주택은행이 최대 관건
업계에서는 고려증권 경영정상화의 열쇠는 채권규모가 가장 큰 주택은행이 쥐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은행이 비록 은행권중 초우량은행이기는 하지만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이 있다』며 『주택은행이 경영부담을 무릅쓰고라도 고려증권 회생에 의욕을 보일 경우 다른 금융기관도 쉽게 경영정상화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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