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700여톤 엠파이어극장/레일깔아 5시간만에 51m 옮겨 미 뉴욕의 명소인 타임스 스퀘어 경관이 하루 아침에 바뀌었다. 86년간 42번가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던 엠파이어 극장 건물이 1일(현지시간) 통째로 위치를 이동한 때문이다. 3,700톤에 달하는 극장 건물이 51m나 움직인 이날 「대역사」는 5시간이 채 안 걸렸다.
결코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술이 아니다. 비밀은 건물밑에 깔린 8개의 강철 레일. 레일에 놓인 수압식 잭이 종로의 단성사극장 크기만한 건물을 0.3㎝정도 공중에 띄운후 그사이에 롤러를 집어넣어 미끄러지듯 옮겼다. 거대한 로켓이나 발전기기 등을 이동시키던 원리가 건물 운반에 적용됐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된 사항은 무게가 골고루 분산돼 균형을 이루는 것. 만약 레일의 수평이 흔들려 중심이 한치라도 흐트러지면 건물이 붕괴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고 만다.
때문에 이동은 시간당 10여m라는 「달팽이 속도」로 진행됐지만 지반 조사 및 강화·보강 등에 6개월간의 준비기간이 소요됐다. 그래도 건물을 해체한후 재조립하는 방식보다는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 시행사측의 설명이다. 개발업자인 브루스 래트너는 원래 자리 뒤편에 세울 최신식 대형극장의 통로로 엠파이어극장 건물을 재활용할 계획이다.
1912년 개관한 엠파이어극장은 로렌스 올리비에, 클라크 케이블 등 당대의 명우들이 공연한 전성기를 거쳐 쇠락의 길을 걷다 최근 10여년간 사용을 안해 흉물로 자리 잡아왔다. 이날 작업을 진행한 한 관계자는 이동이 워낙 부드럽게 이뤄져 건물은 자신이 옮겨진지 조차 모를 것이라고 장담했다.<뉴욕=윤석민 특파원>뉴욕=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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