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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외국인 혐오증/워싱턴=신재민(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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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와 외국인 혐오증/워싱턴=신재민(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8.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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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상오(현지시간) 빌 데일리 미 상무장관이 한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3개국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데일리 장관은 아시아 금융위기에 대한 클린턴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메시지를 갖고 2월15일부터 20일까지 이들 3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터였다. 이 자리에서 데일리 장관은 「화끈한 기사거리」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그가 솔직히 털어놓은 방문 소감중에는 귀담아들을만한 대목이 있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의 근검·절약운동, 그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일부 근검·절약 운동이 수입 반대 내지는 외제품 반대의 양상을 띠는 것이 문제다. 외국산 물품에 대한 일부 적대적 행동에 대해 우리도 듣고 있다. 미국산 자동차를 몰고다니는데 어려움이 있고, 또 외제 상품이나 상점에 대해 보여주는 적대적 태도 등이다. 정말 좋지않은 소식이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이처럼 미국 상품에 대한 적대적 차별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결코 좋은 상황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나의 정치적 감각은 벌써 이로 인한 강한 반응을 느끼고 있다』

 데일리 장관의 발언은 물론 신선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인의 국산품 애용정서에 관해 그동안 수많은 미국측 인사들이 한 말의 논리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아직 외환위기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을 위시한 외국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때문에 이들의 지적을 그냥 흘려듣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을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워싱턴포스트는 『김대통령의 과제중 하나는 바로 한국인의 외국인 혐오증을 극복하는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지난해 12월3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사인하자마자 서울에는 반IMF, 또는 반미감정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며 『심지어 초등학교 어린이들도 외제 학용품을 안쓰고 버릴 정도』라고 썼다. 마치 우리 국민이 위기타결의 희생양으로 외국세력을 지목, 국가적 차원의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에 걸려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시아의 금융위기 여파로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수출이 줄고 있는 데 대해 이미 의회에서는 강력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다. 오래전부터 일본과 중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적자를 기록해온 미국이 더이상 무역적자가 늘어날 경우 방관하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상상할수 있다. 대미 무역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불필요한 행동으로 인해 애매하게 「표적제재」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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