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받은 촌지를 기록한 노트가 적발돼 해임됐던 서울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를 교육당국이 슬그머니 복직시킨 것은 양심적인 대다수 교사들의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다. 지난해에는 학교 교육기자재 납품을 둘러싸고 업자들에게서 수백만원의 뇌물을 받은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장 11명 가운데 9명을 복직시킨 일도 있어 「가재는 게편」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7월 서울시 교육청이 촌지받은 혐의로 해임한 조 모 교사가 징계조치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하자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는 촌지기록부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복직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검찰은 분명히 조교사 집 장롱에서 촌지기록부를 발견해 본인의 확인서를 받았고, 3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 2장과 선물세트까지 압수한 바 있다. 가택수색의 목적이 조교사 남편의 수뢰혐의 확인을 위한 것이어서 검찰이 부인의 촌지기록부를 물증으로 확보하지 않았을 뿐, 촌지를 받은 증거는 충분했다. 서울시 교육청의 조사에서 본인도 검찰이 제시한 선물세트 속의 현금 10만원에 관해 『선물을 미처 풀어보지못해 돈이 들어있는지 몰랐다』고 진술했었다.
우리는 그 사건의 충격을 기억하고 있다. 조교사는 생활기록부 용지에 자기반 학생 전원의 이름을 적고 촌지 액수와 선물명을 빼곡히 기록해 두었는데, 이름 옆이 공란인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학기초나 스승의 날이 있는 달에는 그렇게 받아들인 돈이 500만원을 넘었다. 포장도 뜯지 않은 선물이 300여개나 쏟아져 수사관도 놀랄 정도였다.
이 사건이 일어나자 교육계가 온통 시끄러웠다. 서울시내 모든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촌지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보냈고, 교장들은 한자리에 모여 촌지추방 결의대회를 열었다. 교육당국은 촌지 수수 고발센터를 만들었고, 감사담당 부서에 촌지조사 기구까지 두어 부조리를 감시하겠다고 했다. 감사원도 감사청원 신고전화를 촌지고발전화로 운영하는 등 범사회적인 자정운동이 일어날 정도였다. 그런데 몇달만에 촌지로 물의를 빚은 교사를 교단으로 되돌려 보낸다면 부조리를 척결하겠다던 교육당국의 의지를 믿을 사람이 있겠는가.
교육방송국(EBS) 간부로 재직중 수뢰혐의로 구속됐던 조교사의 남편이 교육부 고위간부 출신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이번 결정이 남편의 로비 때문이 아니었을까 의심하기도 한다. 교육부조리에 넌더리를 내는 국민의 원성이 들린다면 교육당국은 조교사 복직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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